[리뷰]동양인 첫 주연 '샹치···',마블 세계관과 중국 무협액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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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처음엔 한 편의 중국 무협영화를 보는 듯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젊은 히어로가 선사하는 시원한 타격감에 놀라고, 애절한 그리움과 복수심에 휩싸인 매력적 빌런에 시선을 빼앗긴다. 종국엔 동서양,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무한한 세계관에 감탄하게 된다.
내달 1일 한국서 세계 첫 개봉
감각적 액션에 폭발적 세계관
마블 히어로物의 눈부신 진화
'웬우'역 양조위, 강렬한 오프닝
주연 샹치 흡입력 떨어져 '아쉬움'
다음달 1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마블의 신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히어로물의 눈부신 진화를 보여준다. 마블이 처음으로 동양인을 타이틀 롤 히어로로 내세운 작품인 동시에 20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인 만큼 개봉 전부터 세계 마블 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선 중국 무협영화가 가진 동양적인 철학과 아름다움을 액션에 가미해 기존 마블 히어로물에서 볼 수 없던 새롭고 감각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아이언맨’ ‘앤트맨’ 등 이전 작품에서 언급됐던 전설적 조직 ‘텐 링즈’의 기원과 실체를 드러내며 마블 세계관을 과거와 미래로 폭넓게 확장한다.영화는 오프닝부터 관객들을 압도한다. 등장만으로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를 빌런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량차오웨이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10개의 링을 갖게 된 이후 오랜 시간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온 아버지 ‘웬우’ 역을 맡았다. 탐욕에 사로잡혀 있던 웬우는 여인 장리(천파라 분)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이 펼치는 숲속에서의 액션은 유려한 춤을 보는 것처럼 독특하고 아름답다. 슬로 모션 등을 이용한 연출 기법으로 옛날 중국 무협영화를 연상시킨다. 사랑에 빠지는 표정부터 슬프고도 애절한 눈빛까지, 량차오웨이가 보여주는 깊이 있는 연기는 영화 자체의 중심을 이룬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샹치는 웬우와 대치하는 히어로다. 샹치는 넷플릭스의 ‘김씨네 편의점’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계 캐나다인 배우 시무 류(사진)가 맡았다. 웬우가 짙은 카리스마를 내세운다면, 샹치는 인자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제작자 조너선 슈워츠는 “많은 배우를 만났지만 시무 류가 계속 생각났다”며 “그에겐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 매력은 샹치가 처음 괴력을 보여주는 카체이싱 장면에서 물씬 풍긴다. 자신을 위협하는 인물들에게 통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마블 히어로물만의 재미를 선사한다. 어머니처럼 쿵푸 동작을 익히기 시작하고, 단단하게 성장해가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두 인물을 통해 텐 링즈의 기원과 실체를 보여주며 마블 히어로물의 세계관을 탄탄하고 폭넓게 확장하는 데 주력한다. 각종 액션신에 텐 링즈가 적극 활용되며, 이 링들의 이동을 통해 세대 교체를 드러내기도 한다.공간의 이동과 확장도 눈여겨볼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부터 마카오, 동양 신화에 나올 법한 고대 마을 ‘탈로’라는 곳으로 순식간에 공간이 바뀌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GG)으로 탈로를 구현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스스로 움직이는 숲, 전설 속 동물, 두 드래곤의 싸움 등이 CG로 실감나게 구현된다. 량차오웨이가 연기하는 빌런 웬우의 압도적 아우라에 비해 히어로 샹치의 흡입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