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미완성 교향곡, AI가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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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도이치텔레콤, 본에서 초연‘악성(樂聖)’ 베토벤(1770~1827)은 죽기 직전까지 열 번째 교향곡을 쓰고 있었다. 세상을 떠나기 8일 전 그는 곡을 의뢰한 필하모닉소사이어티에 “내 책상 위에 스케치가 놓여 있다”고 편지를 썼다. 친구에게 피아노로 교향곡 10번의 1악장을 연주해주기도 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스케치 악보 원본은 분실됐다.
10월 10일 온라인 생중계도
영영 잊힐 뻔했던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을 인공지능(AI)이 완성해냈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오는 10월 9일(현지시간) 베토벤의 고향인 본에서 포럼을 열고 AI가 작곡한 베토벤 ‘교향곡 10번’을 초연한다. 당초 지난해 4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미뤄졌다. 지휘자 더크 카프탄이 베토벤오케스트라 본을 이끌고 연주한다.기계에 앞서 인간이 먼저 베토벤 교향곡 10번을 완성하는 데 도전했다. 영국의 음악학자 배리 쿠퍼가 1988년 교향곡 10번 1악장을 초연했다. 쿠퍼는 1983년 베토벤이 남긴 단편적인 스케치 악보를 한데 모았다. 이후 5년 동안 사료를 분석해 약 20분 길이의 1악장을 써 선보였다. 네 악장으로 이뤄진 완성본은 아니었다.
도이치텔레콤은 2019년부터 ‘베토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카라얀재단의 마티아스 뢰더 박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 전문가와 음악학자들이 모였다. 베토벤 연구로 권위가 높은 베토벤하우스 연구소장인 크리스틴 시커트 박사도 연구진에 들어갔다.
AI 프로그램은 베토벤이 선택했을 법한 음표들을 적어 냈다. AI가 작곡한 악보는 인간이 검수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월터 베르조와 등 음악가들이 모여 음표를 악보 위에 배치하며 네 악장을 완성했다.베토벤 교향곡 10번 연주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생중계된다. 10월 10일 오전 2시(한국시간) 도이치텔레콤의 베토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공연에 앞서 독일 클래식레이블 베르텔스만뮤직그룹이 10월 8일 교향곡 10번을 음반으로 발매한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