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색내기 청년대책 대신 공정한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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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 복지 짜깁기한 청년대책지난 26일 정부는 여당과 합의한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미래 도약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2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87개나 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책의 면면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포퓰리즘 남발은 미래빚 늘릴 뿐
좋은 일자리 만들 기업정책 절실
유혜미 <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
우선 이번 청년대책에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 없다. 올 2분기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4%로, 전체 실업률인 3.9%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여기에 넓은 의미로 실업자에 포함될 수 있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단기근로자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한 사람)와 잠재 경제활동인구(현재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나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를 포함해 산정하는 청년 확장실업률은 무려 24.3%에 이른다. 2분기 중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취업을 희망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이런 상황에도 이번 대책에 포함된 즉각적인 일자리 정책은 중소기업에 제한된 한시적 고용장려금 지급에 그치고 있다.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의 주체가 돼야 할 민간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번에 발표된 일자리 대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또한 이번에 포함된 주거비 부담 경감 대책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소득 대비 집값 부담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의 경우 2017년 1분기 10.5배에서 올 1분기 17.4배로 크게 상승했다.
주택 구입의 최소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해 이런 집값 상승을 하염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청년세대의 무력감은 그들을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대출 제한 정책은 청년세대의 주거사다리를 다시금 무너뜨리고 있다. 주거가 불안한 청년 취약 계층에게는 월세 지원 등의 주거비 경감 대책이 필요하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청년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완화하고 청약 기회를 확대해 주택 구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집값 급등을 초래한 정부가 청년들에게 사과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이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청년들의 어려움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 없이 현금성 복지정책으로 짜깁기돼 있다는 것이다. 등록금 지원 대상 대폭 확대와 같은 보편적 지원과 자산 형성 지원 및 마음건강 바우처 지급 등 한시적인 현금 지원책은 청년세대의 내부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포퓰리즘 정책과 다름없다.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불과하던 국가채무는 올해 GDP 대비 47.3%로, 불과 4년 만에 11.3%포인트 증가했고 2024년에는 GDP의 58.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그렇지 않아도 재정 부담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금성 복지정책의 남발은 청년세대가 미래에 갚아야 할 빚을 늘릴 뿐이다.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조삼모사 성격의 생색내기에 혹할 만큼 청년들은 무지하지 않다.
운 좋게 고도 성장기에 사회에 나와 취업 걱정도 하지 않았고 내 집 마련도 수월했던 기성세대는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집값에 신음하는 청년세대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경력 개발의 기회를 갖고, 내 집 마련을 통해 주거 안정을 이루는 코리안 드림을 꿈꿀 수 있게 공정한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무다. 3개월간 받을 수 있는 월 20만원짜리 마음건강 바우처가 아니라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