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일본식 법률용어' 알기 쉽게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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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이나 법조문에 쓰이는 법률용어는 예전부터 어렵고 복잡한 문장으로 악명이 높다. 그 원인 중 상당 부분은 낯설고 어색한 일본식 법률용어에 있다. 잔여 재산, 잔존물 등에서 쓰이는 ‘잔(殘)’은 일본식 표현 ‘노코루(のこる)’를 그대로 갖다 쓴 표현이다. 둘 다 각각 순우리말 표현인 ‘나머지’ 또는 ‘남아 있는’으로 바꿀 수 있다. 또 ‘자본금을 불입했다’고 할 때의 ‘불입’, ‘토지를 불하받았다’고 할 때의 ‘불하’에서 쓰이는 ‘불(拂)’ 또한 일본 법령에서 지불·셈을 뜻하는 ‘하라이(はらい)’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이런 표현들은 같은 한자어라도 ‘납입’이나 ‘매각’으로 바꾸면 훨씬 자연스럽다. 이처럼 법률용어에 일본어가 많은 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 법률이 그대로 이식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식 표현 외에도 법령과 판결문에 아직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많이 포함돼 있다.법무부가 각종 법률에서 사용되는 일본식 용어, 한자어 등을 대상으로 개정 작업을 추진해왔지만, 국회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률용어는 국민 누구나 알 수 있고 나아가 국민이 법에 대해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쉬운 법률용어를 사용해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문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간결하게 작성돼야 한다.

판결문의 본질적 기능은 당사자에게 그가 받은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판결문은 대체로 만연체의 긴 문장과 낯설고 어려운 법률용어 등으로 읽기 어렵다. 되도록 짧은 문장과 순화된 용어, 일상적인 표현으로 쉽게 써야 한다.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의견 수렴 기회를 확대해 국민이 법에 친근감을 갖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법질서 준수의식과 법 이해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석 < 직업상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