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영웅을 위해 예약된 자리"…美 추모 물결

/사진=니코스 바 SNS
"이 테이블은 13명의 영웅을 위해 예약됐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바는 테이블 위에 13개의 맥주잔을 올려놓고 이같이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폭테러로 숨진 미군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28일(현지시간) USA 투데이는 미국의 식당과 업소들이 아프간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위해 추모하고 유족을 위해 현금 기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에서 니코스 바를 운영하는 니코 물라기니스는 매장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13명의 군인을 위해 테이블 전체를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물라기니스는 "매니저는 '오늘 금요일 밤인 건 알고 있죠?'라고 말했고, 나는 '하지만 이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지?'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9월 11일까지 매장에서 판매되는 맥주 한 잔당 1달러를 모아 군사 자선단체와 사망한 군인들의 가족들에게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라기니스는 "매장에서 기부하는 것 외에 퇴역 군인, 군인들의 가족 등으로부터 현금 기부를 받았고 이들 모두 뜻깊은 행동에 기꺼이 동참했다"고 전했다.
한 맥주 공장이 숨진 군인들의 가족을 위해 기부를 벌이고 있다. /사진=퍼스트라인브루잉 SNS
마이클 마이오라나 뉴욕 퍼스트라인맥주 공동대표도 맥주 13잔이 올려진 테이블을 비워두고 있다. 이 매장의 직원들은 신선한 맥주를 계속해서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마이오라나는 금요일 이후 2000달러의 기부금이 모였다고 전했다. 타 지역 업체들과 바에서도 이들의 선례를 따랐다. 한 꽃가게는 13송이의 장미를 가게 밖에 내놓기도 했다.

델라웨어의 한 이발소는 가게 의자 하나를 예약석으로 하기로 했다. 이발소 주인 로버트 앨런은 고객들이 숨진 군인들을 애도하기를 바라며 이 의자에 성조기를 올려놓았다. 그는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다"며 "사람들이 잠시라도 멈춰서 진정한 영웅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미국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말했다.

위스콘신의 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나 닐슨도 숨진 군인들을 위한 테이블이 예약했는데 고객들이 먼저 군인 가족의 맥주, 식사비를 지불하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마이오라나는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크거나 작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군인과 피해가족 지원을 위해 지역사회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좋다"고 밝혔다.
/사진=로버트 알렌 SNS
지난 26일 아프간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13명의 미군들은 29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를 통해 고국에 돌아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유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성조기로 덮인 유해함이 하나씩 수송기 C-17에서 내려왔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가 잃은 13명의 군인은 미국의 이상을 위해 봉사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희생을 한 영웅들"이라면서 "그들의 용감함과 이타심 덕분에 지금까지 11만7000명 이상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안전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