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 오토바이 배달원 사고에…네티즌 vs 배달기사 '갑론을박'

"오토바이 배기음 키우겠다" 법규 위반 목소리도
교통신호 어기다 같은 장소서 오토바이 사고 재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기음 소리가 크게 났으면 트럭 운전자가 바이크를 인식했을 겁니다."
"배달원들의 교통법규 위반은 대부분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 아닌가요?"
최근 서울 선릉역에서 벌어진 오토바이 배달원 사망사고를 두고 일부 오토바이 이용자 사이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겠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불거져나왔다. 법규를 준수하는 게 오히려 오토바이 이용자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는 논리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선릉역 부근에서 오토바이 배달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교통신호 대기 중이던 화물차 앞으로 오토바이가 끼어들었고, 화물차가 신호를 받고 출발하면서 앞에 있던 오토바이 배달원을 그대로 덮쳤다. 화물차 운전자는 운전석 위치가 높아 사각지대에 있던 배달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선릉역 사고 당시 신호를 받고 출발하는 차량과 오토바이 모습. 사진=보배드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배달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차 중이던 화물차 앞에 불법 끼어들기를 하지 않았다면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란 이유였다. 주변에 함께 정차한 배달 오토바이들 모두 정지선을 위반한 상태였다는 점도 비난을 샀다.

이처럼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오토바이 이용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한 누리꾼은 SNS를 통해 "배기음 소리가 컸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위적 방어권을 행사하려면 불법 튜닝을 해야 할 것 같다. 단속돼 벌금을 내더라도"라고 썼다. 불법 개조를 통해 오토바이 배기음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오토바이 배기음을 키워야 한다며 공유된 SNS 글. 사진=인스타그램
배달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교통법규 위반을 지적하는 누리꾼들 인식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글쓴이는 "배달원들의 교통법규 위반은 대부분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라고 주장하며 "배달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들 입에서 저런 욕과 비하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배달원이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오는 것을 바란다? 그럼 배달 말고 포장을 이용하라"고까지 말했다.

한편 사망 사고가 발생한 선릉역 인근에서는 지난 29일에도 오토바이 사고가 재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선릉역 또 사고 났네요'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 29일 선릉역 앞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두 대가 충돌해 쓰러져 있다. 사진=보배드림
29일 오후 5시께 찍힌 사진에는 선릉역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두 대가 서로 부딪혀 쓰러져 있고, 한 오토바이 이용자가 도로 위에 앉아 머리를 만지는 모습이 담겼다. 목격자에 따르면 두 오토바이는 꼬리물기와 신호위반 좌회전을 하다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누리꾼은 "사망사고가 난 장소에서 또 신호위반 사고를 냈다. 법규부터 지키고 배달할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도 "저러면서 뭘 공감해달라는지 모르겠다.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