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3명이 끊었다…전자발찌 '채우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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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고 2차 범죄 속출전자발찌(사진)를 끊고 두 명을 살해한 강모씨(56)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 사이에 전자발찌의 범죄 예방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감독하는 체계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기술력 '세계 최고'라지만
범죄자 실내 있으면 속수무책
30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 및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전날 긴급 체포된 강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여성 한 명을 살해하고 발찌를 끊었다. 경찰은 강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전자발찌를 절단하고 도주하거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최근 연달아 이어졌다. 올 들어 이달까지 13명이 발찌를 끊었고, 2명은 훼손 후 잠적한 상태다. 그런데도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일반전자감독 인력 281명이 대상자 4847명을 감독하고 있다. 조두순처럼 1 대 1 전담 인력을 통해 통제하는 인원은 19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법무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전자발찌의 견고성을 강화하고, 위치 추적 대상자를 감독할 인력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자의 범죄 전력 등 경찰과 공유하는 정보 범위를 넓히고, 위치 정보를 공동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자발찌 제도는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국내에 2008년 9월 도입됐다. 3세대(3G) 이동통신과 LTE망을 혼용해 전자발찌가 접속하는 기지국 정보로 착용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위성항법장치(GPS)까지 결합해 정확도를 높였다. 적용된 기술력 수준에 대해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평가에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하지만 착용자가 실내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GPS는 2차원 정보만 알 수 있고 기지국 위치 정보 역시 고저차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GPS와 통신망을 함께 사용하면 오차 범위는 수m 수준에 불과하다”면서도 “착용자가 아파트나 고층 건물에 있다면 여러 층을 직접 찾아다니며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통신업체 및 제조사와 협력해 5G 통신모듈과 인공지능(AI) 기반 정밀 측위반도체 등을 내장한 차세대 전자발찌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전자발찌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이번 사건처럼 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자르는 행위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전자발찌 도입 당시부터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고 정부는 매번 자르기 힘든 재질로 교체했다. 전자발찌 소재는 지금까지 여섯 번 교체됐다. 2019년 현행 전자발찌를 도입할 때도 전자발찌 내 스테인리스강 두께를 세 배 보강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발찌의 내구성을 강화해도 공업용 절단기 등으로 절단할 수 있어 관리 인력을 충원하고 신속한 공조 체계를 갖추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최다은/안효주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