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디자인·가격 '3박자 혁신'…삼성 '폴더블' 게임체인저로 부상

삼성, 폴더블폰 생산능력 年 2500만대로

접었을 때 매력있는 폰
접는 기능 집중한 2세대와 달리
갤플립3, 디스플레이 확 키우고
결제 기능에 개성있는 디자인
가격 40만원↓…2030 사로잡아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딜라이트샵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등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삼성전자는 이달 출시한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플립3, 갤럭시Z폴드3를 지난 두 달간 약 300만 대 생산했다. 폴더블폰 월 최대 생산능력이 140만~150만 대니 공장을 ‘완전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 폭발’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 17~23일 접수한 사전예약 기간에만 플립3와 폴드3가 92만 대 팔려나갔다. 작년 1월 내놓은 갤럭시S21의 예약 판매량(약 50만 대)보다 80% 이상 많은 수치다. 미국에서도 사전예약 물량이 2세대 폴더블폰의 올 1~7월 판매량을 넘어섰다. 흥미로운 대목은 삼성 스마트폰의 ‘무덤’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의 뜨거운 반응이다. 다음달 1일 시작하는 사전예약 대기자만 100만 명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판매 매장에선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폴더블폰 생산 시설 확대를 전격 결정한 배경이다. 삼성은 증설을 통해 폴더블폰 월 최대 생산능력을 200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1700만 대에서 2500만 대로 늘어난다. 작년 한 해 동안 2800만 대 팔린 갤럭시S20에 맞먹는 규모다.

“왜 접고 펴야 하는지 보여줬다”

지난해 삼성전자 폴더블폰 판매량은 약 200만 대에 그쳤다. 작년 2세대 폴더블폰을 출시한 뒤의 성적표여서 “폴더블폰은 안 된다”는 회의론이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3세대 폴더블폰 출시 이후 180도 달라졌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2세대 폴더블폰까지는 접히는 폰을 구현하는 데 급급해 왜 접고 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신작은 혁신을 통해 이 부분을 상당 부분 충족했다”고 했다.상하로 접는 플립 시리즈는 접었을 때가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전작까지는 접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었다. 간단한 알림을 확인하는 ‘커버 디스플레이’가 있었지만 카메라 구멍 두 개를 합친 정도 크기여서 활용도가 낮았다. 플립3는 커버 디스플레이 면적을 네 배로 키웠다. 커버 디스플레이로 셀프 카메라도 찍고 ‘삼성 페이’로 결제도 할 수 있게 됐다.

좌우로 접는 폴드 시리즈는 폈을 때 7.6인치의 큰 화면이 장점이다. 하지만 폴드 전작도 크다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주지 못했다. 폴드3에는 화면 필기가 가능한 S펜이 적용돼 사용성이 향상됐다. 위쪽 화면에서 동영상을 보면서 아래쪽에선 필기를 하는 등 다양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진 것이다.

커버 디스플레이 확대는 디자인, 즉 휴대폰이 예뻐지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검은 디스플레이와 커버의 라벤더·크림·그린 등 색상이 어우러져 감각적인 투톤 디자인이 됐다. 20~30대들은 휴대폰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 용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애플 아이폰이 마니아층은 물론 2030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상당수 2030세대가 “플립3의 디자인만큼은 아이폰 못지않다”고 평가하고 있다.가격이 ‘화룡점정’이 됐다. 플립3, 폴드3 모두 가격을 40만원 정도 낮추고 내구성을 향상시킨 게 흥행에 한몫했다. 품질과 가격이 동반 ‘퀀텀 점프’를 한 셈이다.

폴더블폰 판매 곧 3000만 대 넘을 듯

삼성의 폴더블폰 증설 투자 결정에는 “폴더블폰을 꼭 주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샤오미 등의 거센 추격에 스마트폰 세계 1위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9년 상반기 21.1%였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엔 19.8%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도 19.8%였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11.2%→13.6%→16.0%로 상승했다. 샤오미 점유율은 2019년 상반기 8.6%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14.9%로 뛰었다.

플래그십(최상급 기종) 시장에선 애플의 아성에 밀리고 중저가폰 시장은 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고전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전략을 넘어선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게 폴더블폰이란 폼팩터(외형) 혁신이었다. 폴더블폰을 스마트폰의 주류로 키워 경쟁의 ‘전장’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통상 하반기엔 갤럭시노트 신작을 발표하던 것을 포기하고 폴더블폰에 올인한 것 역시 삼성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시장에서도 ‘폴더블폰 대중화’에 힘을 싣는 전망이 늘고 있다. 올 5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내년 세계 폴더블폰 판매량을 1300만 대, 2023년 3700만 대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6일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올해 900만 대에서 2023년 3000만 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대로면 폴더블폰이 삼성 스마트폰 간판 기종인 S 시리즈에 버금가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갤럭시S10과 갤럭시S20는 각각 출시 후 1년간 3600만 대, 2800만 대 팔렸다.

서민준/김병근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