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용 대표, 관리소장 후보 매주 40명 만나는 '면접의 달인'

CEO 탐구

'공동주택관리 1위' 우리관리 노병용 대표
"아파트 관리, 종합주거서비스로 格 높이겠다"

관리회사 4개 인수해 창업한 삼성맨
사람 잘 뽑는 게 서비스 품질 높이는 것
아파트 관리 패러다임 바꾸겠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국내 주택관리업계 1위 업체인 우리관리의 노병용 대표(60)는 ‘면접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과 품을 들이는 일과가 면접이다. 매주 30~40명에 달하는 아파트 관리소장 면접에 직접 참여한다. 주택 관리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입주민을 만나는 관리소장을 잘 뽑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관리는 1300여 명의 관리소장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노 대표는 “우리관리가 채용한 관리소장은 본사로부터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체계적인 직무 교육을 받기 때문에 전문성이 높고 각종 비리나 청탁으로부터 자유롭다”며 “베이비붐 은퇴 세대가 유입되면서 자질이 훌륭한 관리소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관리업체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비, 시설 관리, 청소, 방재 등 업무를 맡는다. 전국적으로 600여 개 업체가 있다. 우리관리는 전국 1233개 단지, 총 89만여 가구의 주택(전국 점유율 6.1%, 수도권 11.6%)을 관리하고 있다. 전체 직원만 1만400여 명에 달한다. 노 대표는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관리소장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종합 관리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공동주택 소방·경비·미화, 회계 관리, 시설물 관리, 임대 관리 전문회사 등의 자회사와 연구소를 두고 업계 문화와 서비스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맨’에서 주택관리 대표로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노 대표는 1984년 졸업과 동시에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2000년 삼성물산 자회사 씨브이네트 부사장으로 퇴임하기까지 16년을 ‘삼성맨’으로 살았다.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출범한 상품개발팀에서 최연소 팀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관리 서비스 모델인 ‘사이버 빌리지’를 개발했다. 이는 그가 씨브이네트 부사장으로 일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대부분 신축 아파트의 가구 내부에 설치된 웹 패드도 그의 작품이다. 노 대표는 “첫 직장으로 삼성에서 일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며 “상사였던 이상대 주택부문장(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부터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내 건설업계는 전례 없는 미분양 사태에 시달렸다. 마침 회사 파견으로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수학하고 복귀한 노 대표는 이 부문장으로부터 ‘위기를 극복할 혜안을 찾아오라’는 특명을 받고 다시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그때 미쓰이부동산, 도큐부동산 등 일본의 주요 부동산개발회사(디벨로퍼)들은 주택 개발뿐 아니라 관리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였다. 국내에선 영세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주택 관리 시장을 산업으로 보지 않던 시절이었다. 노 대표는 “‘아파트를 사는(buy) 사람이나 사는(live) 사람이나 같은 고객’이라는 일본 디벨로퍼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며 “그때 아파트 준공 후 입주민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사후관리 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회사 씨브이네트의 사업 확장에 한계를 느낀 노 대표는 2001년 회사를 나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관심을 갖던 관리업계에서 1등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낙후한 국내 주택관리업계 문화를 바꾸고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선 가장 큰 규모의 회사로 시작하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해서다. 신성관리·현대종합관리·한일주택관리·한일종합관리 등 기존 관리회사 4개를 인수해 2002년 7월 우리관리를 출범시켰다. 업계 1위(302개 단지, 22만여 가구)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관리소장 공채 도입…미래 먹거리 발굴

주택 관리 시장에 진출해 보니 개선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파트 관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법, 관리규약 등 각종 제도와 노무, 회계, 법,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국내 관리회사는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본사와 관리 체계 없이 관리소장에게 전권을 위임하다 보니 채용 비리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노 대표는 본사에서 근무하는 지원 인력을 100명 넘게 늘렸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우리관리에는 주택관리사뿐 아니라 건축사, 정보처리기술사, 소방관리사, 노무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

노 대표는 서비스 품질 관리도 중시한다. 이를 위해 관리소장을 공채로 뽑고 채용 후 정기적인 교육과 평가를 한다. 단지별로 정해진 기간의 근무가 끝날 때마다 관리소장 평가가 이뤄진다. 면접을 통해 다음 근무할 단지 규모와 지역 등이 결정된다. 노 대표는 “검증된 관리소장이 아파트 관리의 서비스 수준을 좌우한다”며 “매주 면접을 하다 보니 몇 가지 질문만 해도 성향이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한다. 노 대표도 사회 트렌드 변화에 맞춰 새 먹거리 찾기에 골몰한다. 일본 레오팰리스21과 공동으로 우리레오PMC를 출범시켜 임대 관리 시장에 진출한 게 대표적인 예다. 향후 장기수선계획 사업에 컨설팅, 감리, 시설공사 등의 형태로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정보기술(IT) 플랫폼을 활용한 단지 내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프롭테크(부동산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 분야 진출도 준비 중이라는 얘기다.

“아파트 관리 중요성 커질 것”

노 대표는 앞으로 아파트 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입주민들이 원하는 주거 수준이 점차 상향 평준화되면서 단지 내 고급 커뮤니티 등이 아파트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가 되고 있어서다. 우리관리는 커뮤니티 시설을 기획·관리하는 커뮤니티팀과 컨설팅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노 대표는 “입주 초기부터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진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노후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관리가 잘 이뤄져 사용 연수를 늘리면 자산가치가 올라갈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주택 공급 효과도 있고 사회적 편익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리 업무가 청소, 경비 등 단순 시설 관리에서 벗어나 생활 관리, 커뮤니티 관리 등을 포함한 종합 주거 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택관리업계 1등 기업으로 산업 문화와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데도 앞장설 계획이다.

"일본선 맨션관리가 산업…한국업체도 장기수선 능력 갖춰야"
노병용 대표가 보는 아파트 주택관리시장 전망

노병용 우리관리 대표는 국내 아파트 관리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보다 앞선 일본 시장이 좋은 사례다. 노 대표는 “일본에선 맨션 관리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일본 1위 업체(일본하우징)의 관리규모는 47만 가구로 우리관리(89만 가구)의 절반 수준이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10배 이상 크다”고 말했다.

공동주택관리는 관리 주체에 따라 외부 관리업체가 맡는 ‘위탁관리’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처리하는 ‘자치관리’로 구분된다. 또 업무에 따라 ‘일상관리’와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관리’로 나뉜다. 보통 위탁관리업체가 맡는 일상관리는 시설 관리와 경비 청소 조경 등을 포함한다.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관리는 외관 도색, 배관 교체 등 공사 금액이 크다. 일반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수행한다. 노 대표는 “일상관리는 매월 관리비를 정산해서 부과하기 때문에 투명하다”며 “입주민들이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관리를 위탁관리업체가 진행해 문제를 일으킨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노 대표는 일본의 맨션 관리 회사처럼 국내 위탁관리업체가 일상관리뿐 아니라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관리도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업체들은 장기수선계획 관리 시장에서 매출의 20~50%를 일으킨다. 하지만 국내에선 대부분 전문성이 결여된 영세한 업체들이 저렴한 위탁관리수수료(가구당 월평균 600~700원)만 받고 있다.

관리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게 노 대표의 지론이다. 우리관리는 2010년부터 매년 ‘관리비절감 및 서비스개선 사례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관리소장들이 직접 관리비 절감, 주민 공동체 활성화, 고객감동 서비스 사례 등 다양한 분야의 모범 사례를 발표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장이다.

우리관리는 관리소장, 경리직, 기술직, 서무직 등 직무별로 연간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6만 시간 넘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자체 온라인 동영상 소통 플랫폼(우리ON)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 노병용 대표는△1961년 포항 출생
△1984년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업
△1984년 1월 삼성물산 입사
△1992년 12월 일본 다이세이건설 파견
△1999년 2월 삼성물산 주택부문 상품개발팀장
△2002년 7월 우리관리 대표이사 회장
△2016~2019년 사단법인 한국주택관리협회 제13대 협회장

신연수/김진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