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천만 개의 도시'···47개 장면, 100개의 캐릭터로 담아낸 '서울시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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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만 개의 도시'하나의 도시에 1000만 개의 삶이 흐른다. 식당 손님, 버스 승객, 행인부터 연못의 잉어와 길 위의 고양이까지 다양한 존재가 살아 숨쉬며 매 순간을 만들어 간다. 이들의 일상이 있기에 거대한 도시가 존재하고 유지된다.
서울시극단, 3~19일 공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오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서울시극단의 ‘천만 개의 도시’는 서울이라는 도시 속 시민들의 삶과 순간을 들여다본다. 구성이 독특하다. 다큐멘터리처럼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면을 활용해 요즘 유행하는 쇼트폼 콘텐츠(10분 길이 내외의 짧은 콘텐츠)처럼 작품을 구성한다.연극은 사전에 4개월 동안 시행한 서울 시민 인터뷰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여기서 인물, 장소, 스토리를 가져와 해체하고 재조립해 47개의 장면, 100개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길 잃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친구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주인, 공연장에서 티켓을 찾는 관객 등 우리 삶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각 장면은 쇼트폼 콘텐츠처럼 길이가 짧다. 장면별로 연관된 흐름 없이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울시극단 관계자는 “짧지만 명료한 스토리는 관객이 그 순간의 장면에 몰입하고, 눈에 보이는 장면과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캐릭터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면 이외에도 무대 위에 계속 머무른다. 다른 장면들 속에서도 삶을 이어 나가는 모습을 통해 타인이 주목하지 않는 순간에도 각자의 인생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등장인물들은 나이,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에 특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 장애인 등 다양한 배우가 출연한다. 공연은 장애인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어 통역과 자막·음성해설 등이 제공된다.
연출은 ‘김상열 연극상’을 받고 ‘도덕의 계보학’ ‘스푸트니크’ 등으로 섬세한 감각과 남다른 관점을 보여준 박해성 감독이 맡았다. ‘동시대인’ ‘174517’ 등을 쓴 전성현 작가가 극본을 썼다. 공연은 오는 19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