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총지출 200조 늘린 문재인 정부…"긴축은 다음 정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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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으로 밀린 재정건전성문재인 정부 5년간 총지출은 200조원 넘게 증가했다. 다른 어느 정부보다도 증가 폭이 컸다. 임기 첫해부터 마지막해까지 일관되게 확장재정을 편 결과다.
출범 초 400조 수준 예산
年 8.5%씩 늘어나며 600조
증가율 이전 정부의 2배 웃돌아
조세부담률 첫 20% 초과
재정준칙은 1년째 진척없어
매년 국가채무 100조 이상 증가
국가채무비율 2025년 60% 육박
정부는 2023년부터 지출 증가율을 5% 이하로 낮추는 계획을 공개했지만 지출 감축 의무를 차기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며 도입을 추진한 재정준칙도 1년째 진척이 없다.
5년간 지출 400조원→600조원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내년 총지출 규모 604조4000억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비해 203조9000억원 많은 것이다. 정부 출범 전 편성된 2017년 본예산 기준 총지출은 400조5000억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듬해인 2018년 지출을 7.1% 늘린 것을 시작으로 2019년 9.5%, 2020년 9.1%, 올해 8.9% 등 총지출을 매년 큰 폭으로 확대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와 노인 일자리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내년 지출 증가율 8.3%까지 감안한 5년간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8.5%에 이른다. 총량 기준으로는 매년 40조7800억원씩 늘어났다. 이는 이전 정부 지출 증가폭의 두 배를 훨씬 넘는 것이다. 이전 정부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4.0%, 이명박 정부 5.9% 등이었다.나랏빚도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내년 1068조3000억원으로 408조1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같은 기간 36.0%에서 50.2%로 14.2%포인트 증가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나랏빚이 170조4000억원, 채무비율이 3.4%포인트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 폭이 크다.
“긴축은 다음 정부에서”
정부는 기존 정부에 비해 큰 폭으로 지출을 늘리면서 다음 정부부터는 지출을 감축하도록 하는 계획을 내놨다. 기재부가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5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86조7000억원 증가한 691조1000억원으로 계획됐다. 내년 이후 3년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4.6%로 예상했다. 연평균 지출 증가폭은 28조9000억원으로 계산됐다.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증가율(8.5%)과 증가폭(40조78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재정건전성 회복 의무를 차기 정부에 떠넘긴 것으로 분석된다.더 큰 문제는 고착화된 의무지출 구조 때문에 지출 증가율이 줄어도 채무가 매년 100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내년 1068조3000억원으로 사상 첫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2023년 1175조4000억원, 2024년 1291조5000억원, 2025년 1408조5000억원 등으로 매년 채무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5년 58.8%까지 높아져 60%에 육박하게 된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위원은 “의무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20~30년 내에 채무비율이 200%까지 치솟을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재정준칙은 도입은커녕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을 3%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는 내놓았지만 법 개정 작업에는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출과 나랏빚이 계속 늘어나는 동안 국민의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올해 20.2%에서 내년 20.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보험 보험료율을 합한 국민부담률은 올해 27.9%에서 내년 28.6%로 오른 뒤 매년 높아져 2025년에는 29.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