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에도 끄떡없는 유럽…고용·소비 '활황'

스페인 호텔 예약률 50% 넘어
4개국 8월 극장 수입 70% 급증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 지속"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경기가 다시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에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이 순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빈도(high-frequency) 지표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역을 휩쓴 델타 변이가 유럽 경제의 반등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고빈도 지표란 경제 권역의 식당 예약이나 이동성 등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선 델타 변이 탓에 경제 둔화 현상이 뚜렷해진 고빈도 지표가 산출됐다.유럽의 상황은 다르다. 유럽에선 여행지 방문 및 지출, 채용 등의 경제활동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잭 앨런 레이놀즈 이코노미스트는 “델타 변이가 입히는 경제적 손실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FT는 “이 같은 지표는 2분기에 나타난 경제 생산성 반등이 9월 말까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관광철에 유럽의 서비스 분야는 작년 여름철보다 훨씬 더 호조세를 보였다. 스페인에서 최근 호텔 예약률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렌털 데이터 업체 에어DNA의 제이미 레인 리서치 담당 부사장은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신규 단기 임대 예약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유럽 항공편 예약은 2019년 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30%가량 적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초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4대 경제대국의 8월 중순 박스오피스 수입은 1600만달러(약 185억4400만원)에 달해 작년 동기에 비해 70% 증가했다.전문가들은 서비스업 부활에 힘입은 유럽 경제 회복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ING의 베르트 콜린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러스의 물결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임에 따라 3분기에도 반등세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각계의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경기 과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8월 합성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FT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럽 경제 강대국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