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 vs 적자·전통산업” 현대중공업 IPO 흥행할까[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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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조선사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IPO) 흥행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부문만 떼어내 새롭게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가치 평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수주를 봐서는 긍정적이지만, 전통산업의 한계도 뚜렷해서다.
8개월만에 올해 수주목표 초과 달성
철강 가격 상승에 2분기 대규모 적자
아주스틸·롯데렌탈 주가 부진은 불안 요인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3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5만2000~6만원으로, 현대중공업은 9360억~1조80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예상 시가총액은 4조6162억~5조3263억원이다.증권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보수적으로 희망 공모가 밴드를 산정했다고 평가한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을 업종 내 ‘톱픽’으로 꼽으며 목표주가로 9만원을 제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보다 50% 높은 수준이다.
그는 “12개월 선행 주당장부가치(BPS) 6만5815원에 동종업계 평균 대비 10% 할증된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 1.34배를 적용했다”며 ▲엔진가치 2조원 ▲가시적인 부유식 해상풍력과 그린수소 사업 진출 ▲수주 호황기에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최다 도크 등을 할증의 근거로 들었다.
현대중공업은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들이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8개월만에 모두 채웠을 정도로 수주가 호황을 보이고 있다. 희망 공모가 밴드가 보수적으로 산정된 점은 흥행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철강 가격 급등에 따른 손실을 2분기에 미리 반영한 탓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최근 IPO 시장에서 전통산업 분야에 속한 기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점은 불안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현대중공업그룹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조선사다. 국내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엔진을 개발해 ‘힘쎈엔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또 그룹 내에는 대규모 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중장비를 직접 만들면서 생긴 부문은 현대건설기계로, 선박 내 전장부품을 생산하던 부문은 현대일렉트릭으로 각각 증시에 상장돼 있다. 모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파생된 회사들이다.
당초 증시에 상장돼 2008년과 2011년에 주당 50만원을 넘나들기도 했던 예전 현대중공업은 현재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출범한 조선중간지주회사가 돼 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물적분할한 현대중공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주요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으면 대우조선해양도 자회사로 편입된다. 현재 EU와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선박 발주 시장이 호황인 점도 IPO 흥행에 긍정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들은 지난달까지 올해 연간 수주목표를 모두 채웠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7월 연결 기준 조선·해양 누적 신규수주는 171억달러로 연간 신규 수주목표 151억달러를 초과했다”며 “여기에 지난달 공시된 신규 수주건들을 합산할 경우 188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수주는 호황이지만 2분기 연결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은 42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선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의 급등에 따라 충당금을 미리 쌓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빅3은 올해 하반기에 공급받는 후판 가격을 t당 110만원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 가격 대비 60% 가량 인상된 수준이다. 다만 연초부터 급등했던 철광석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후판 가격이 내려가면 현대중공업이 쌓았던 충당금도 환입될 수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IPO 시장의 분위기다. 최근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 중 전통산업 분야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상장한 아주스틸은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 22조3098억원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상장 첫 날엔 시초가가 공모가(1만5100원)의 2배인 3만200원으로 형성된 뒤 10.93% 오른 3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탔다. 전일 종가는 시초가를 밑도는 2만8900원이다. 롯데렌탈도 상장 첫날 공모가(5만9000원)을 밑도는 5만75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된 뒤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며 4만9200원까지 빠졌다가, 소폭 회복해 전일 4만9550원을 기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