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담병원들 손실보상금 줄고 파견의료진 인건비까지 부담

"적자보며 전담병원 하란 말인가"…지정 취소 요청 잇따를 듯
중수본 "전담 병원이 자체 인력 구비, 충원 노력해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원에 지급하는 손실보상금을 대폭 삭감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파견 의료진의 인건비까지 보상금에서 공제할 계획인 것으로 1일 확인됐다.일부 전담 병원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순 없다며 지정 취소 요청을 검토하고 있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4차 대유행 시기에 병상 부족 현상이 뒤따를까 우려된다.
◇ 10월분부터 파견 인건비 손실보상금서 공제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와 일선 전담 병원 등에 따르면 중수본은 11월 말 지급 예정인 10월분 손실보상금부터는 파견 의료진의 인건비도 손실보상금에서 공제한 뒤 지급할 계획이다.

손실보상금은 정부가 코로나19 치료로 일반환자를 치료하지 못한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금액으로, 병상 단가에 운영실적을 곱한 뒤 해당 의료기관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받는 보험 청구금을 뺀 것이다.
정부는 애초 병상 단가를 상급 종합병원급(약 53만원), 종합병원급(약 31만원), 병원급(약 16만원) 등 의료기관별 등급을 기준으로 정했으나 지난달 30일 지급한 7월분부터는 기준을 변경해 의료기관별 급이 아닌 개별 병원의 전담병원 이전 운영 실적을 반영해 병상 단가를 책정했다.

이로 인해 전국 전담 병원들은 보상금 규모가 대부분 줄었다.

정부가 7월 말 전담 병원에 지급한 제16차 손실보상금은 1천378억원(82곳), 변경된 기준에 따라 지난달 말 지급한 제17차 손실보상금은 991억원(76곳)으로, 1곳당 평균 지급 금액은 16억8천만원에서 13억원으로 23%가량 준 것으로 나타났다.
◇ 지정 취소 고민하는 전담 병원들
안 그래도 지급 기준이 변경돼 손실보상금이 삭감된 전담 병원들은 파견 인력 인건비까지 공제한다는 중수본 계획에 더는 전담 병원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미소들요양병원(코로나19 전담 병원) 관계자는 "이번 지침 변경으로 손실보상금이 30%가량 줄었다"며 "그런데 다음 달부터 파견 인력 인건비까지 떠안으라고 하면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환자 170명이 입원해 있는 이 요양병원에는 의사 10명, 간호사 70명, 그 외 치료업무 종사자 159명이 있는데, 이중 파견 인력은 의사 3명, 간호사 40명, 종사자 44명으로 한 달 파견 인력 인건비만 약 8억5천만원으로 추산된다.미소들요양병원 원장은 "병원 재산을 팔아서까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라면 누가 하겠느냐"며 "중수본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지정 취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31일 경기도에 전담 병원 취소 요청 공문을 보낸 경기 평택 더나은요양병원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지침 변경 만으로 병상 단가가 16만원에서 3만원으로 줄면서 7월 손실보상금이 3천963만원 적자로 나와 '0원' 처리됐는데, 전담 병원 운영을 계속할 경우 10월분부터는 적자 규모만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나은요양병원 관계자는 "현재 파견 인력은 의사 3명을 포함해 총 44명으로, 한 달 인건비는 4억2천만원으로 추산된다"며 "정부가 손실보상금을 이렇게까지 줄이는데 전담 병원 운영을 계속할 병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중수본 "파견 인건비는 손실보상금 개념에 어긋나"
중수본은 손실보상금의 기본 개념을 고려했을 때 파견 인력 인건비는 공제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전담 병원이 일반 환자를 치료하지 못해 생긴 손실을 보상하는 개념이므로,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인력 또한 해당 의료기관이 알아서 구비해야 옳다는 것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손실보상금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봄으로써 활용하지 못한 인력과 장비에 대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다 보니 추가 인력을 파견해 준 부분까지 따로 보상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에 지침을 변경하면서 인건비 지원 금액을 손실보상금에서 공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담 병원이 자체적으로 인력 충원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중수본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중수본은 특정 전담 병원이 병상 수를 늘려 환자를 더 받거나, 인력 충원 노력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해당 병원에 대해 공제 적용과 방법을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중수본 관계자는 "손실보상금 지침은 4차 대유행이 일어나기 전인 6월에 만든 것"이라며 "당시엔 발생 환자 규모도 안정적인 상황이었고, 재원도 한계가 있고 해서 지침을 변경했는데 두 달 뒤엔 또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