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종전 선언과 남은 과제들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인한 국내외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팀은 정치적 고통이 오래 지속되지 않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아프간 철군으로 많은 비용을 줄이고 중국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 러시아는 광적인 지하드 대원들이 최신 미국 무기를 들고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활보하게 될 것을 걱정할 수도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 정부와 힘든 거래를 지속하도록 내버려 두자. 이란은 수니파 광신도들과 통제되지 않는 마약 거래, 국경을 넘는 난민 처리 문제로 속을 썩이도록 놔두자.미국 내 바이든 지지자들은 내년 중간선거 훨씬 이전에 아프간 사태가 마무리되길 희망하고 있다. 스윙주(민주·공화당 경합주) 민주당원들은 아프간 철군을 실행한 정부를 비판함으로써 책임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민주당원은 비록 품위는 없지만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기보다 인기 없는 전쟁을 끝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연대로 이익을 얻을 것이다.

실패한 미국의 아프간 정책

아프간 문제를 지적하며 다시 집권하려는 공화당원들은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실패를 처벌한다.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은 아프간 사태를 20년간 교착상태에 빠뜨린 전략적 무모함과 전술적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바이든 팀은 앞으로 아프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아프간 내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받을 수 있는 아프간인 등이 그들의 부양가족과 함께 남아 있다. 탈레반뿐만 아니라 어떤 무장세력이라도 이들을 붙잡거나 학대함으로써 미국의 정치적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아프간에 인력을 파견해온 동맹국들은 자국민을 시기적절하고 안전하게 구출하기 어렵게 만든 미국의 정책, 정보, 협의의 실패를 비난하고 있다.미 정부 관료들이 탈레반 측에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아프간 문제는 미 행정부가 직면한 반작용이다. 동맹국 적대국 중립국들은 미국의 전술 능력에 대한 평가를 이번 사태를 통해 수정했다. 미국은 적대국으로부터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우방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러 등의 위협 커져

예컨대 중국은 친구가 되기보다는 미국이 약화되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중국은 지정학적 요충지인 파키스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할 것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패배한 것만 러시아에 좋은 뉴스가 아니다. 벨라루스 사태와 관련해 서방 국가들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무능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게 러시아의 품에 안기고 있다. 아프간 사태 이후 미국은 더욱 대담해질 러시아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이 대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란 강경론자들은 미국이 후퇴하고 있는 조짐으로 해석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의 파트너들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보유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를 실행해 나갈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의 선택지는 한 달 전보다 줄었다.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도 떨어지고 있다. 정책이 실패하면 그렇게 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Biden’s Afghan Best-Case Scenario’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