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스텔라데이지호 추가수색 필요"…총리에 의견

실종자 가족 진정 각하…"인용 후 권고해야" 소수의견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의 인권침해 진정을 약 1년 6개월간 검토한 끝에 국무총리에게 "추가 심해수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3일 전원위원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제기한 진정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의결한 결과 각하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 안건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전원위에 참석한 위원들 사이에선 '인용 후 권고해야 한다'는 주장과 '각하 후 의견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진정을 각하했지만, 국무총리에게 "침몰 원인규명과 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해 추가 심해수색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가 진정을 각하한 것은 대책위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진정 당시나 진정이 제기된 후 같은 사실에 대해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이면 각하할 수 있다. 하지만 박찬운 상임위원과 문순회·서미화·석원정 비상임위원 등 4명은 별도로 반대의견을 내고 "정부가 이 재난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추가 수색을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의 책임은 재난이 영해에서 일어나든 원양에서 일어나든 본질적으로 동일해야 한다"며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보여준 국가의 책무가 이 사건에서 유사한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양에서 일어난 재난 사고에서 국가가 아니면 누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위원회가 적극적인 입장에서 결론을 내고 그에 맞는 권고를 정부에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책위는 정부가 1차 심해수색에서 선원의 유해를 발견했지만 수습하지 않고 방치해 인간으로서 존엄을 침해했다며 지난 2020년 3월 외교부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인권위가 진정을 접수하고도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않자 지난 4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인권위의 각하 결정과 관련해 "인권위가 면피성 판단을 한 대표적인 소극적 행보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의견표명 상대로 지목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해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이 실종됐다. 정부는 2019년 2월 실종자 확인을 위해 심해수색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유해를 발견하고도 수습하지 않아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