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길 막히더니…" 유통업계, 해외직구 '배송전쟁'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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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비에 세월아 네월아 이젠 옛말딱 나흘 걸렸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SK텔레콤의 커머스 자회사 11번가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난달 31일 기자가 주문한 물품이 이달 3일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해외직구 경쟁 가열…무료배송 등 내세워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시작…4~6일 소요
쿠팡, 미·중 상품 판매하는 '로켓직구'…3~4일 소요
국내 이머커스 시장의 '배송전쟁'이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으로까지 확산했다. 기업별 구독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사실상 무료배송'과 '빠른 배송'을 앞다퉈 제시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한층 판이 커진 해외직구 시장을 놓고 이커머스 기업들의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 격전지인 한국에서 11번가는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포털' 입지 구축에 나섰다. 미국 아마존 상품을 11번가 어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해외 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시작하면서다.
11번가가 내세운 강점은 아마존 미국이 직매입한 상품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과 배송비 절감이다. 우선 한글로 모든 제품의 소개글과 리뷰(상품후기)를 접할 수 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가격 할인이나 묶음 상품 할인, 프로모션도 대부분 연동된다. 11번가 회원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일부 상품 제외)을 2만8000원어치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유료 구독 서비스 '우주 패스'(월 4900원부터)를 활용하면 구매액에 상관 없이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 상품의 배송 기간은 영업일 기준 평균 6~10일이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품목을 모아놓은 특별 셀렉션 제품은 더욱 빠른 평균 4~6일 내 배송이 가능하다고 11번가 측은 소개했다. 실제 기자가 구입한 제품의 경우 9월6~7일 사이 도착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3일에 도착해 예상보다 빨리 받았다. 해외직구 속도전은 쿠팡이 한발 앞서 시작했다. 쿠팡은 미국과 중국의 직매입 상품을 대상으로 해외직구 서비스 '로켓직구'를 운영하고 있다. 배송기간은 평균 3~4일(도서산간 7~10일)이다.
로켓직구는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3월 해외직구 취급 품목을 기존 미국 제품에서 중국 제품까지 넓히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특히 11번가의 아마존 서비스 운영 시작 전후로 쿠팡은 할인 쿠폰을 뿌리며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도 해외직구 배송전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베이코리아는 이달 들어 해외직구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쇼핑몰 G9는 최근 해외직구 전문관 '니하오! 갓성비'를 새로 열었다.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데다 전 상품이 무료배송된다.
해외 쇼핑몰 공세도 거세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일부 품목에 대해 한국 5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지역은 최대 3일 내 배송도 가능하다고 알리바바 측은 소개했다. 해외직구 배송대행지 서비스에서 직구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코리아센터의 몰테일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현지 언어를 몰라도 몰테일을 거쳐 해외 쇼핑몰에서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다해줌' 서비스의 경우 이달 초 독일을 비롯한 유럽 쇼핑몰까지 확대했다. 몰테일 관계자는 "독일과 유럽의 제휴 상점을 늘려나가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국내 해외 직구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한층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조9717억원이던 해외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4조109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2분기 해외직구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22.6% 늘어난 1조1212억원을 기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으로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기술의 발전과 모바일쇼핑 수요가 늘면서 해외직구 수요는 한층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