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사이즈의 반란…'한국판 토리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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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마네킹이 아니라 사람 몸에 맞춰서 디자인한다."
빅사이즈 여성의류쇼핑몰 공구우먼, 코스닥 상장 추진
미국에서는 뉴욕증시 상장한 토리드, 시가총액 3조원 대
지난 7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빅사이즈 여성패션업체 '토리드(Torrid)'가 내세우는 가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기존 패션 브랜드가 제조하지 않는 대형 치수의 의류와 속옷,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다. 자신감과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만 9억7350만달러(약 1조1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전세계 패션업계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틈새 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국내에서도 빅사이즈 여성의류 쇼핑몰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공구우먼'이라는 회사다. 여성의류쇼핑몰이 우회 상장 대신 정식 상장 절차를 밟아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구우먼은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올 연말 심사 승인을 받고 내년 초 상장한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패션디자인 관련 경험이 전무했던 김주영 대표(44)가 스물여섯이던 2002년 자본금 300만원으로 창업했다. 그는 2030세대를 위한 대형 사이즈의 여성의류 쇼핑몰을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중장년층 여성의류는 여성복 기준으로 77사이즈 이상으로 제작됐지만 20~30대 여성의류는 66사이즈 이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명은0부터 9까지 모든 사이즈의 옷이 있다는 의미로 '공구우먼(09women)'으로 지었다.
시장은 존재했지만 수요가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을 찾아다니며 빅사이즈 의류 제작을 의뢰했다가 수차례 퇴짜를 맞았다. 제조원가가 많이 드는데다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공구우먼은 2006년 11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했으나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 악화로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승부한 덕분에 매출이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체형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사이즈의 옷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7년 매출 2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에는 TS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해 '운동뚱'으로 유명해진 개그우먼 김민경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공구우먼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출 빈도가 줄면서 집에서 입을 수 있는 편안한 대형 사이즈 의류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자기 몸 긍정주의)'와 '탈코르셋' 운동 확산도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현재 회원수 40만명을 확보했다. 쇼핑몰 앱 다운로드 건수는 10만건을 넘어섰다.지난해 매출은 327억원으로 전년(246억원)보다 33%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4억원으로 전년(23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매출은 4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직원수는 118명이다.증권가는 공구우먼이 '한국판 토리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토리드는 지난 7월 1일 공모가 21달러에 상장했다. 지난 달 24일에는 주가가 최고 33달러로 치솟았다. 공모가 대비 57% 오른 것이다. 3일 주가는 22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시가총액 3조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