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위기를 기회로 만든 중국의 아마존 '징둥닷컴'
입력
수정
사스 덕에 온라인 진출한 징둥닷컴“중국인은 위기를 두 글자로 쓴다고 한다. 하나는 위기고, 하나는 기회다”
신속 배송과 짝퉁 차단으로 승승장구
코로나19로 매출 날개 달아
中 빅테크 규제에도 최고 매출 찍어
당국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전망
업계 1위 알리바바는 규제에 '휘청'
대규모 쇼핑 축제에 하반기 전망도 밝음
장기적으로는 매수 의견 많아
단기적으로는 규제 리스크 여전
존 F. 케네디가 한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중국인은 누구일까. 숱한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만들어 징둥닷컴을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서게 한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일 수 있다. 그의 징둥닷컴은 위기 때마다 오히려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펼쳐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최근 중국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징둥닷컴이 매출 신기록을 세운 배경이다.
사스 덕에 성장한 징둥, 코로나19로 날개 달아
징둥닷컴의 전신인 징둥공사는 원래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서 전자제품을 팔았다. 그런데 2002년 중국 전역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불어닥쳤다. 징둥공사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았다. 당시 중국인들은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외출을 꺼렸다. 징둥은 온라인에 사활을 걸었다. 아예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고 온라인에만 집중했다. 2004년 온라인 유통 사이트인 ‘360바이닷컴’을 만들어 징둥닷컴의 초석을 다졌다. 류 회장은 “사스가 아니었다면 온라인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징둥닷컴은 특유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차별화 전략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징둥닷컴의 차별화된 무기는 ‘신속 배송’과 ‘짝퉁 차단’이다. 아마존과 같이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손수 배송한다. 쿠팡의 로켓 배송 시스템을 이미 2010년에 ‘211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 오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이 가능하고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후 3시 이전에 배송해준다. 짝퉁 물건도 엄격하게 차단한다. 정품 기준을 위반한 업체에 상품 1개당 100만위안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짝퉁 물건의 유통이 사회적 문제인 중국에서 징둥닷컴의 전략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시장을 선점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추격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18년이 지난 2020년, 징둥닷컴이 또 한 번 전염병을 만났다. 코로나19다. 사람들은 외출을 꺼리다 못해 ‘집콕’하게 됐다. 징둥닷컴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중국의 3, 4선 소도시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펼쳤다. ‘징시핀핀’이라는 커뮤니티 공동구매 플랫폼을 중국 내 17개 성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신규 이용자의 80%가 3선 이하의 도시에서 유입됐다. 매출에는 날개가 달렸다. 징둥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7450억위안(약 133조8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9% 상승했다. 순이익은 494억위안으로 전년보다 4배가량 많았다. 상승세는 올 1분기에도 이어져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9% 폭등했다. 주가는 지난 2월 17일 106.8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中 빅테크 규제에도 실적 ‘이상 無’
올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순간 징둥닷컴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당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 강화에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반면 징둥닷컴의 라이벌인 알리바바는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해 자사주 매입 계획까지 내놓았다.
징둥닷컴의 올 2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2538억위안(약 45조5824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2485억위안을 웃돌았다. 신규 이용자도 3200만 명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호실적 발표에 징둥닷컴의 주가는 지난달 24일 홍콩 증시에서 10% 가까이 상승했다. 루이비통과 에스티로더 등 명품 브랜드와 제휴한 것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명품 브랜드를 통해 신규 이용자를 끌어모은 것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가 펼치는 빅테크 규제의 대표적인 표적이지만 징둥닷컴에 대한 큰 규제 조치는 없었다”며 “징둥닷컴은 규제 위협을 덜 받을 것이며 성장세가 계속돼 전망이 밝다”고 했다.
반면 알리바바의 올 2분기 매출은 2057억위안(약 36조원)으로 시장 예상치인 2103억위안을 밑돌았다. 순이익도 451억위안(약 8조원)으로 전년 동기(475억위안)보다 5%가량 줄었다. 지난 1분기에는 상장 후 처음으로 영업손실(76억5000만위안)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해 나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부과한 반독점 벌금 182억2800만위안(약 3조2000억원)을 납부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1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2022년 말까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징둥닷컴은 일명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의 선택을 받은 중국 기술주다. 지난달 24일 아크인베스트는 징둥닷컴 주식 16만4889주를 매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캐시우드는 중국 당국이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징둥닷컴을 포함해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그런데 징둥닷컴이 지난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하자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것이다. 캐시우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현재 선호하는 업종으로는 식품·물류업 등이 있다”며 “징둥닷컴의 물류 시스템은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인자? 성장 여력이 남았다는 뜻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징둥닷컴의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예상치는 15.9%로 아직 알리바바(50.8%)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징둥닷컴에게 2위 자리는 더 매섭게 추격하기 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징둥닷컴의 올 2분기 활성 사용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4% 늘어난 5억3190만 명으로 5억 명의 고지를 밟았다. 하반기에는 더 큰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10월 국경절 연휴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11월 광군절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소비 지출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호실적을 기대할 만하다. 애널리스트들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47명 중 37명이 징둥닷컴에 매수 의견을 내놨다. 나머지 7명은 적극 매수, 2명은 중립, 1명만이 매도 의견이다. 글로벌 금융정보 사이트 팁랭크에 따르면 12개월 목표주가 평균은 93.17달러다. 다만 전문가들은 징둥닷컴이 단기적으로는 악재를 맞닥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오 선 모틀리풀 분석가는 “중국과 미국의 규제 당국이 중국 기술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미국의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겨냥해 “3년 연속 미국 회계감사를 받지 않으면 미국 증시에서 상장이 폐지된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3분기에 프로모션과 마케팅 증가로 징둥닷컴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