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찍다가 '골병' 들었어요"…후회하는 다이어터들 [튜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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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의 튜브뉴스]이른바 '바프'(바디 프로필)는 MZ세대의 새로운 유행 중 하나다. 바디 프로필은 과거 보디빌더 선수나 트레이너들이 시즌기에 만든 몸을 남겨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최근엔 많은 일반인들이 '인생 사진'에 도전하고 있다.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엔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몸매의 일반인들의 사진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다이어터들의 최종 콘텐츠 바프의 진실
고통스럽게 몸 만들었는데 촬영 후 후유증
급격한 식단 조절로 식이장애·생리불순 경험
바프 촬영을 경험한 20대 후반 여성은 "나이 들면 점점 탄력도 없어지는데 가장 예쁜 순간을 남기고 싶어서 바프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SNS에 바디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수많은 '좋아요'를 받던 그는 4개월이 지난 지금 "바프 찍은 걸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선 2~3개월 간 PT(펄스널 트레이닝)를 받으며 고강도 운동을 한다. 여기에 식사량을 확 줄이고 고구마, 오트밀, 아몬드, 야채 등을 돌아가며 먹는다. 여성은 1000㎉, 남성의 경우 1500㎉ 이하로 일일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피트니스 유튜버 제이제이는 "'바프'를 찍기 위해 평소 선수도 하기 힘든 운동 스케줄을 소화하고 대회 준비용 식단에서 양을 줄여 먹는다. 초반엔 굶지 않으니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평소에 식단과 운동을 유지하지 않았던 일반인이라는 게 문제다. 초보자가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식단을 유지하는 경우 스트레스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바프를 찍기 위해 10kg 이상 씩 감량한 여성들 중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았다. 네 달 만에 12kg을 감량하고 바프를 촬영한 유튜버 정미닛은 촬영 후 상실감,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목표를 잃어버리고 삶의 원동력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몸은 결핍 상태인데 (살 빠진 몸을)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주니까 불안감이 생기더라. 다이어트를 놓는 방법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바프 촬영 후 그는 "'최애' 음식을 즐기며 편안하게 먹은 적이 없다.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눈앞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 화장실에 숨어서 먹은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유튜버 은몽은 "바디 프로필을 찍을 때 51kg이었는데 62kg까지 다시 쪘다. 바프 끝난 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살이 쪘다. 바프 끝난 다음 내 몸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산이었다"라고 털어놨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제한하자 그에 대한 갈망이 폭발했다고 털어놨다. 한 여성은 "결과는 감탄할 만 하지만 다이어트 후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식욕과의 전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었다. 점점 살이 찌자 우울감이 찾아왔고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다시 다이어트해야지'라는 생각에 폭식증까지 왔다"고 했다.
여성들은 고강도 운동에 굶지 않는 정석 다이어트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온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왔다고 입을 모았다.
유튜버 오퀸은 "살면서 생리불순인 적이 없었는데 바프를 준비하며 생리를 안 하게 됐다. 병원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 몸을 복구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절식을 중단했고 건강한 음식들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보디빌더 겸 한의사 김석욱은 바프 촬영 후 요요현상을 겪는 이유를 호르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몸에 지방이 없으면 '많이 먹어라'고 말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된다. 지방이 많으면 렙틴 호르몬이 분비돼 '그만 먹어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바프를 촬영할 때 최소한의 체지방만 남기는데 남자는 5%, 여자는 10%다. 이는 '많이 먹어라'라고 말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상태다. 몸은 '먹어라, 먹어라' 하는데 정신력으로 버틴다. 먹는 꿈을 꿀 정도다. 하지만 정신력도 한계가 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김석욱은 "낮은 체지방률로 살면 세포막부터 성호르몬, 코티솔 호르몬도 생성이 안된다. 비타민D 합성이 잘 안돼서 뼈가 약해지고 담즙 분비도 잘 안된다"고 경고했다.
유튜브 살빼남 채널을 운영 중인 김희준 청주나비솔한의원 원장은 지나친 절식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보디빌더들에겐 절식과 운동이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갑자기 절식을 하면 몸에 무리가 오기 마련이다. 또 바프가 끝났을 때 폭식증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스튜디오의 일정에 맞춰 몸을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이 마치 선수처럼 데드라인에 맞춰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지방은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지질이 없으면 탈모도 일어날 수 있다. 바프를 촬영한다고 체지방률을 생존에 필요한 정도로 낮추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체지방률이 낮은 몸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유지도 안 되겠지만 유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신이 망가지는 것을 막으려면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 하기보다 적어도 반년 이상 기간을 넉넉히 두고 진행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자신이 원하는 체지방률을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적절한 시기에 바프를 찍는 거다. 욕심을 내서 체지방을 낮추려고 하면 안 된다. 바프를 찍고 나면 그 몸이 내 몸 같은데 아니다. 바프 찍은 몸도 내 몸이고, 다시 살이 찐 몸도 나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