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감독은 드라마 연출료도 비싼가요?" [연예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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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포맷, 다양한 소재 작품 늘어나'왕의 남자' 1230만 명, '부산행' 1156만 명, '덕혜옹주' 560만 명, 드라마에 도전장을 낸 이준익 감독, 연상호 감독, 허진호 감독의 대표작 스크린 스코어다.
해외 대형 자본 OTT 진출
늘어나는 드라마, 넘쳐 나는 자본
"영화, 드라마 경계 흐려지는 과도기"
지난 4일 첫 방송된 배우 전도연, 류준열 주연의 JTBC 새 주말드라마 '인간실격'은 '멜로 명장'으로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1997년 '8월의 크리스마스'로 장편 데뷔한 허진호 감독은 24년 동안 영화 연출자로 활동하면서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천문:하늘에 묻다' 등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1993년 영화 '키드 캅'을 내놓은 이후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사도', '동주', '박열', '자산어보'까지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인정받은 '믿고 보는 연출자' 이준익 감독도 티빙 오리지널 '욘더'로 드라마 도전 소식을 전했다. 신하균, 한지민까지 캐스팅하면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부산행', '반도'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컬트 드라마 '지옥'의 메가폰을 잡았다.
이들 뿐 아니라 최근 가장 '핫' 한 드라마로 꼽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 등으로 영화계에서 먼저 주목받은 신예 연출가였고, 넷플릭스의 또 다른 히트작 '킹덤' 시리즈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 역시 '끝까지 간다'와 '터널'을 만든 영화감독 출신이다. 드라마와 영화 연출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 김석윤 감독, '역린'과 '완벽한 타인'을 만든 이재규 감독처럼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연출자들이 있긴 했지만 최근엔 영화 연출자들의 드라마 연출 소식이 더욱 빈번해졌다. 영화 '극한직업'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이병헌 감독이 JTBC '멜로가 체질' 연출을 맡는다고 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엔 너나 할 거 없이 드라마 연출에 나서는 분위기다.
코로나…영화는 멈추고, OTT로 드라마는 폭주하고
영화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맡았다.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관객수는 200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2%감소했다. 코로나가 처음 발병한 2020년보다 올해 관객수가 더 줄어든 것. 이는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1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하락했다.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모가디슈'와 '싱크홀', '인질' 등의 작품들이 개봉하긴 했지만 제작에 들어가는 작품도, 개봉하는 영화도 모두 눈에 띄게 감소했다. 대형 블록버스터 작품의 경우 올스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와중에 OTT 시장은 급성장했다. 기선을 잡은 넷플릭스를 비롯해 해외 OTT 플랫폼의 한국 진출, 티빙 등 국내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강화로 드라마 제작편수는 급증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애플TV플러스는 김지운 감독과 손잡고 '닥터 브레인' 제작 소식을 알렸고, 디즈니플러스 방영이 유력하다고 알려진 500억 원 대작 '무빙'의 연출자로는 '모비딕',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이 발탁됐다.
넷플릭스에는 더 많은 영화감독들이 몰리고 있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황동혁 감독은 다음달 17일 공개되는 이정재, 박해수 주연의 '오징어 게임'을 연출했고,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공작' 등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온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을 촬영 중이다.
한 관계자는 "영화 시장이 코로나 때문에 제작 편수가 많이 줄었고, OTT에서는 기존 드라마에서 하지 못한 소재, 장르로 기존 영화보다 자유로운 구성으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미술이나 촬영, 편집 등 영화를 만들며 축적한 노하우로 이전과 다른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평"이라고 귀띔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OTT에서 4부작, 6부작 등 비교적 짧은 길이의 드라마를 많이 제작하면서 영화감독 입장에서도 연출자로 도전하는 허들이 많이 낮아졌다"며 "OTT의 경우 방송사에 기반을 둔 기존의 드라마 연출자 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영화감독이 섭외에 용이하다는 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영화감독 드라마 연출료, 어떻게 결정되나
현재 기획되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 제작 편수를 고려하면 기존의 연출자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돈을 주고' 콘텐츠를 보러 올 충성도 높은 구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는 분위기도 형성되면서 독특한 상상력과 연출력을 가진 감독들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영화감독 출신라고 해서 다 비싼 연출료를 지불하는 건 아니다"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영화 연출을 잘하고 오랜 경력이 있다고 해서 드라마 연출까지 잘하는 건 아니다. 허진호 감독, 한준희 감독 모두 "영화 현장과 드라마 현장은 달랐고, 영화 몇 편을 찍는 기분이었다"면서 '초보' 드라마 연출자로 겪은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제작 고위관계자는 "연출료의 스펙트럼이 회당 1000만 원에서 1억 원이라고 했을 때, 전작의 흥행 여부 등을 고려해 양측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면서 "영화 출신, 드라마 출신으로 구분 지어 연출료가 결정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OTT 오리지널이 아닌 기존의 방송사에서도 영화감독을 연출자로 계약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기존의 드라마 시장은 방송사만의 수익구조로 정리됐다면, 최근엔 OTT와 계약 등을 통해 해외자본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전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고, 이를 충분히 운용할 수 있는 연출자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