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공격적 M&A로 ‘코로나 수혜’ 영광 이어나가려는 엣시

미국 수공예품 전자상거래 플랫폼
영국 중고거래 플랫폼 인수 등으로 '승부수'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2020년 화려하게 조명받았으나 올 들어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일어나고 있는 종목이 여럿이다. 그 중 하나가 미국 수공예품 전자상거래 플랫폼 엣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을 비롯한 여러 경쟁사들에 맞선 엣시의 최근 주가 흐름은 ‘코로나 특수’를 지키는 일이 녹록하지 않다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엣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시도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엣시의 앞날은


2020년은 그야말로 엣시에는 최고의 한 해였다. 엣시 플랫폼 입점자들이 판매한 핸드메이드 마스크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엣시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엣시에서 팔린 핸드메이드 마스크 숫자는 대형 의류기업 갭의 동일 품목 판매 실적을 가뿐히 능가했다. 코로나19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한 점도 엣시의 매출에 큰 기여를 했다, 엣시 주가는 2019년 말 40달러대에서 2020년 3월 장중 250달러를 돌파했다. 그해 9월 엣시는 미국 전기자동차기업 테슬라를 제치고 S&P500에 신규 편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2020년부터 엣시 주가 추이> 자료: 엣시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들어 엣시의 주가는 지난해처럼 ‘시원스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엣시가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엣시 주가는 10%가량 떨어졌다. 엣시의 실적 발표 직후 트레이딩애널리시스닷컴의 토드 고든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엣시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지출을 대폭 늘렸다”고 우려했다. BK애셋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전무는 엣시 가입자의 60%가 연간 1~2건 구매에 그친다는 점을 짚으며 50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엣시는 올 2분기에 매출 5억2890만달러를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4% 늘었다. 월스트리트의 추정치를 웃돌았다. 2분기 순이익은 982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2분기 매출이 시장의 추정치 이상이었는데도 이후 주가 상승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올 하반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엣시는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6%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3분기 매출이 적어도 17% 늘어날 것이라는 가이던스 제시를 기대했던 시장에서는 동요가 일어났다. 지난해 엣시의 주가 급등이 성장 기대에 힘입었던 만큼 회사의 ‘완만한’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에 주는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M&A로 활로 찾는 엣시


지난해 엣시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을 때 이미 시장 일각에서는 경쟁자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이 막강한 플랫폼을 무기삼아 수공예품 판매에 더욱 힘을 기울이면 엣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특수 상품인 핸드메이드 마스크의 수요가 떨어진 이후에도 엣시의 성장이 이어질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그리고 시장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아마존 핸드메이드가 확장되면서 엣시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우려가 커졌다. 엣시는 M&A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엣시는 지난 6월 영국의 패션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 디팝을 16억25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엣시는 디팝 인수를 위해 지난해 매출의 23배에 해당하는 ‘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디팝은 본거지인 영국 외에도 150개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플랫폼이다.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빠른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 디팝 고객 다수가 20대 Z세대라는 점에서 엣시의 디팝 인수는 시장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모든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상황에서 내린 적절한 경영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디팝 앱 /자료: 디팝 홈페이지
디팝 인수와 동시에 엣시는 브라질 수공예품 거래 플랫폼인 엘로세븐을 사들인다고도 선언했다. 디팝과 엘로세븐 인수는 오는 3분기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엣시가 디팝과 엘로세븐을 품에 안으면 글로벌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신 인수금액 지불이 반영되면 이익률 감소는 불가피하다.


코로나 시대에 보인 엣시의 능력, 다시 발휘될 수 있을까

엣시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보였던 기민한 대처 능력이 앞으로 다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미국에 창궐했던 지난해 조시 실버먼 엣시 최고경영자(CEO)는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들에게 연락해 핸드메이드 마스크를 생산해 보라는 제안을 했다. 지난해 기준 엣시 플랫폼에 입점했던 400만 명 이상의 생산 능력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실버먼이 연락을 한 지 2주일 만에 입점자 2만 명이 핸드메이드 마스크 판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구글 광고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고객을 끌어모으는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조시 실버먼 엣시 최고경영자(CEO) /사진=엣시 홈페이지
‘나만의 특별한 상품’에 대한 수요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엣시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입점자들의 수공예품과 맞춤제작 상품, 빈티지 제품이 이런 시장 수요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