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선도하는 어도비, 탄탄대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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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끝나도 SaaS 소비는 계속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어도비는 ‘세계 크리에이터를 위한 창조적 기업’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소비자가 매달 일정 비용을 내면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등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제품 대신 '클라우드 구독'으로
체질 개선에 주가 우상향 순항
2009년엔 옴니추어 인수로 온라인 마케팅 분야로도 영역을 넓혀 어도비 애널리스틱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수조 건의 온라인 상거래를 분석하고 지표를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끝나도 '탄탄대로' 전망
기획·생산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잇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어도비는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하게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해 모든 제품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는 SaaS 선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담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아크로뱃 스캔 등이 포함된 ‘어도비 도큐먼트 클라우드’ 등 구독 모델 가입자들이 낸 비용은 지난해에만 92억3000만달러(약 10조4668억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회원제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은 92%까지 상승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가입자가 늘면서 어도비는 2014년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8년 30억달러 수준에 머물던 어도비 매출은 지난해 128억6800만달러로 네 배가량 급증했다. 올해와 내년 매출도 각각 156억달러, 180억달러를 가뿐히 넘어서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진 데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더 증가해서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 소프트웨어 등의 수요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의 경제회복세에 힘입은 마케팅 소프트웨어 부문 반등과 중소사업자 고객 유입 가속화 등이 실적 기여를 이끌 것이란 기대감도 잇따른다. 어도비 주가는 420달러대에서 최근 667달러대로 반등에 성공했다.
'데스크톱 퍼블리싱' 시대 개척
어도비는 사무기기 업체 제록스의 팰로앨토연구소 출신 존 워녹과 찰스 게슈케가 1982년 세운 회사다. 워녹의 집 근처 개천 이름을 따서 지은 사명이다. 집에서도 가정용 컴퓨터로 누구나 간편하게 출판물을 만드는 ‘데스크톱 퍼블리싱’ 시대를 여는 게 목표였다.이들이 처음 만든 것은 어도비 포스트스크립트다. 종이에 문서와 이미지를 함께 출력할 수 있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프린트 기술이었다. 나중에 1990년대 말 폰트 저작권을 두고 전쟁을 벌이긴 했지만, 1985년 어도비와 포스트스크립트 라이선스 계약을 처음 맺은 회사는 애플이다. 이를 통해 당시 어도비는 설립 1년 만에 영업 이익을 낸 최초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될 수 있었다.이후 어도비는 1987년 디자이너를 위한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내놨다. 3년 뒤 출시한 디지털 사진편집 툴인 ‘포토샵’은 어도비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대표 상품이 됐다. 1991년엔 비디오편집 툴 ‘프리미어’를 선보이며 동영상 편집 시장에도 진출했다.
2005년 매크로미디어 인수를 통해 웹브라우저에서 음악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돌아가게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플래시를 대표 제품군으로 편입시켰다. 플래시는 영상과 게임을 적은 용량으로 만들 수 있게 설계돼 있어 ‘졸라맨’ ‘마시마로’ 등 간단하게 묘사된 인기 캐릭터들이 창조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어디에서든 문서를 쉽게 볼 수 있는 PDF, 이를 편집하는 아크로뱃도 1993년 차례로 개발된 어도비의 핵심 상품이다.
CEO의 결단으로 '체질 전환' 성공
어도비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2008년 어도비는 직원의 8%를 해고해야 했다. 당시 샨타누 나라옌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지 1년 되던 때다. 직원 600여명을 내보내는 고통을 경험한 그는 소프트웨어 판매 회사를 넘어선,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나라옌은 2011년 어도비를 클라우드 기반 구독 서비스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2년 뒤인 2013년엔 기존의 오프라인 제품을 모두 폐기하는 과감한 혁신을 선택했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몇 년 안에 망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그득했다. 나라옌은 굴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어도비는 그로부터 10년만에 SaaS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
나라옌이 어도비에서 강조하는 것은 소통과 변화다. 아이디어나 제안사항이 있는 직원은 누구나 나라옌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낸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어도비에서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누구나 답변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매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소비자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원격근무에 적응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그는 ‘우리의 우선순위가 적절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일하게 되면 서비스도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는 새 PDF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다. 혁신을 향한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