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에 넣으면 손해"…갈 곳 잃은 돈 어디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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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예적금 15개월째 감소
과거에 비하면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최근의 금리 인상을 반영해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이제 연 1%대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어서 금융소비자가 기대하는 이자 수익률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신금리가 소폭 오른 지난달에도 주요 은행의 개인 예·적금 잔액은 26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저금리' 기조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며 "은행 예금은 '쥐꼬리 이자'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최근의 금리 인상 때문에 예금으로 돈이 몰릴 만큼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8월 전체 정기예금이 반짝 늘어난 것은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법인 예금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개인 예금은 계속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에 '갈곳 잃은 돈'은 늘어
반면 대기자금 성격이 짙은 개인 요구불예금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솟고 있다. 4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287조2733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1302억원 불어났다.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식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을 뜻한다. 일정 기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 정기 예·적금과 달리 자금을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금리는 연 0.1%대로 사실상 이자가 붙지 않는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과 추가 금리 인상을 기다리는 자금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박스권을 맴돌고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돈을 일단 수시입출식 계좌에 넣어두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