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로블록스, 메타버스 선두주자 위상 지키나

게임 플랫폼 회사에서 메타버스 앞장서
구찌, 소니뮤직 등과 협업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 가능성이 관건
미국 게임 플랫폼회사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메타버스란 가상(메타·meta)과 현실세계(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미래에 가장 고성장할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왜 로블록스가 메타버스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을까.


메타버스의 수익성 확장이 관건


로블록스는 2004년 설립됐다. 사명은 로봇(robot)과 블록(blocks)을 합성해 지었다. 로블록스는 게임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 게임 회사라는 특이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로블록스 이용자들은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직접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본인이 제작한 게임이 인기를 끌면 발생하는 수익도 받을 수 있다.로블록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고성장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로블록스의 하루 활성 이용자 수는 2019년보다 85% 급증한 3260만 명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이용자들이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즐기는 한편 타인과 교류하는 장으로 활용해서다. 특히 로블록스 이용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열풍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메타버스에서 개인은 아바타로 활동하며 다양한 활동을 한다. 게임 등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고 경제활동까지 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 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자료: 로블록스
로블록스는 여러 기업들과 손을 잡고 메타버스에서의 수익 창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지난 7월 소니뮤직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소니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이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가상 콘서트, 댄스파티 등을 열어 티켓과 가상 기획상품(굿즈)을 판매해 수익을 내게 될 전망이다. 소니뮤직 산하 컬럼비아레코드 소속 인기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지난해 11월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고 관객(접속자 수 기준) 3600만 명을 동원하며 이미 가능성을 입증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와의 협업은 메타버스 내 경제 생태계의 확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구찌는 로블록스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만 착용할 수 있는 한정판 가방을 판매했다. 처음 판매 당시 구찌 가방 가격은 5달러 수준이었으나 이용자들 사이에 재판매가 이뤄지며 400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판매한 명품 브랜드 구찌 가방 자료: 로블록스
로블록스의 주요 수익원은 가상화폐 로벅스(Robux)다. 로블록스의 플랫폼 이용 자체는 무료다. 대신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에게 로벅스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용자들은 로벅스를 활용해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한다. 자체 제작한 게임을 로블록스에 출시한 개발자는 로벅스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로벅스는 미국 달러로 환전할 수 있어 현금화도 가능하다.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충족 여부가 주가 좌우 전망


로블록스는 지난 3월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종가는 69.5달러였다. 지난 6월 초에는 장중 100달러를 돌파했다. 9월 1일 로블록스의 종가는 84.45달러로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485억달러다.

그런데 로블록스의 최근 주가는 최고가 대비 10~20%가량 하락한 상태다. 로블록스 주가가 조정을 받게 된 이유는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에 있다. 로블록스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한껏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늘어난 4억541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7월 기준 하루 활성 이용자 수는 전달보다 8% 늘어난 4660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루 활성 이용자 1인당 로벅스 평균 구매액이 다소 줄어들면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상장 이후 로블록스 주가 추이
로블록스의 이용자층이 다변화된 것은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이전에는 ‘미국 초등학생들의 가상 놀이터’로 불릴 만큼 어린이 이용자가 많았으나 2분기 기준으로 13세 이상 이용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겼다. 로블록스 창립 이래 최초다. 미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성장하며 진출 지역도 넓혔다. 로블록스는 소셜미디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화상채팅 등 서비스 기업인 길디드를 인수했다. 회사는 게임 외에도 원격회의 및 원격학습 등 다양한 콘텐츠를 플랫폼 내에 탑재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로블록스는 올 상반기에 순손실 2억7435만달러를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로블록스가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당분간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로블록스 창업자는 누구


데이비드 바주키 로블록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1989년에 교육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놀리지 레볼루션을 창업했다. 학생과 교사가 가상으로 물리 실험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였다.당시 바주키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물리 실험보다 자동차 충돌, 건물 붕괴 등 다양한 가상 상황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점에 착안해 2004년 로블록스를 공동 창업하고 2006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주키 CEO는 로블록스 이용자들 사이에서 ‘빌더맨’ 아바타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바주키 로블록스 최고경영자(CEO) 자료: 로블록스, 한국경제신문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