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기업 빚 해마다 6조↑…서부·남부발전 부채비율 200% '훌쩍'

정치에 휘둘리며 '빚더미'
5년간 부채 34조 불어날 듯

한전 부채만 20조 늘어 81조
부채비율 112%→160%로 급등
6개 자회사 부채도 2조~3조 증가

탈원전·태양광에 전기생산비 급증
文정부 4년간 부채 이미 30조↑
에너지정책 방향 재검토 필요
한국전력을 포함한 7개 에너지 공기업이 5년간 34조원 이상의 부채가 급증하는 등 급격한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인한 ‘비용청구서’를 받아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 공기업 가운데 세 곳의 부채비율은 2025년 200%를 웃돌면서 재무건전성에 타격도 예상된다.

정부·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탈원전과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설립 등 정치적 목표 달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조~3조원씩 불어나는 부채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에서 받은 ‘중장기 재무전망 및 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59조7721억원이던 한전의 부채는 5년 뒤인 2025년에는 8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12%에서 160%로 48%포인트 높아진다.

6개 발전자회사 역시 단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채는 2020년 36조784억원에서 2025년 38조8914억원으로 불어난다. 한국동서발전 부채는 5조583억원에서 7조5425억원으로, 한국남동발전은 6조6048억원에서 8조6062억원으로 증가한다. 한국남부발전(6조7283억원→9조3350억원) 한국서부발전(6조6016억원→8조2704억원) 한국중부발전(9조6265억원→10조7640억원)도 마찬가지다. 6개 자회사 모두 2조~3조원씩 부채가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의 부채비율은 2025년 각각 222%, 227%, 240%로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전문가들은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공기업이 막대한 돈을 투입한다면 대규모 적자와 부채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재무구조 악화 추세도 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2014~2017년 100조원대 초반을 기록하며 큰 변동이 없었던 7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는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동안 130조원가량으로 불어났다. 부채 규모는 2025년 165조원까지 증가해 지난 4년 동안의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체 추산이어서 더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전공대 설립 부담까지

한전과 6개 자회사는 중장기 재무전망 및 계획 자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강화 △원전 해체로 인한 충당부채 등을 부채 증가의 주요 이유로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탈원전의 일시비용 증가와 함께 전기 생산비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 생산 단가가 낮은 원전을 대신해 효율성이 낮은 신재생에너지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전기를 사들여 전기 생산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발전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RPS) 제도 도입은 공기업 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2017~2020년 4년간 RPS제도 도입에 따른 추가비용만 8조원에 달했다. 정부는 RPS 의무화 비율을 더 높일 방침이다.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60원쯤 하던 단위당 전기생산 비용이 120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다 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단위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어서 부채 역시 자연스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은 대통령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 비용까지 떠넘겨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한전공대 관련 분담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전과 자회사들은 2025년까지 전남 나주에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8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후에도 이들 기업은 2031년까지 6100억원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손 교수는 “현재 기술과 여건을 고려하면 속도 조절이 필요함에도 정부가 너무 급격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