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중고차계 아마존' 카바나, 美 중고차 시장 압도적 1위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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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마켓(lemon market)’, 시고 맛없는 레몬만 있는 시장처럼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말한다. 이 단어는 미국인들이 중고차 시장을 빗대 표현하면서 등장했다. 그만큼 중고차 시장은 거래 절차나 상품의 품질 등이 불투명한 시장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랬던 중고차 산업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거래가 줄어들면서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문화가 확산됐다.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중고차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의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카바나(CVNA)는 이런 흐름에 올라타 실적과 주가가 모두 급등했다.
카바나는 차량 인도장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이나 중개인이 없다. 오직 온라인으로만 중고차 거래가 이뤄진다. 점포와 중개인이 없는 만큼 판관비를 아낄 수 있다. 고객들도 딜러를 통해 구매하는 것보다 평균 100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장점이다. 빠르면 10분 내 중고차 거래를 끝낼 수 있다. 360도 사진을 통해 자동차 외관과 내부, 차에 난 상처 등을 모두 볼 수 있고 수리 이력도 확인할 수 있다. 구입 후 7일 내에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 카바나가 올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친구에게도 추천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카바나가 중고차 판매업체 중 압도적인 1위다. 카바나의 시가총액은 552억달러(2일 기준)로 카맥스(206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 1년간 카바나 주가가 61.21% 뛰는 동안 카맥스 주가는 18.9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2분기 실적 기준 카바나의 주가매출비율(PSR)은 5.8배다. 카맥스의 PSR이 0.8배인 것에 비해 높다. 미국에 상장된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4.3배)이나 우버(7.7배)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미국에서 중고차 온라인 거래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조사기관인 카구르스에 따르면 중고차를 구매하는 고객 중 61%가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 팬데믹은 중고차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중고차를 찾게 됐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카바나의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다.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33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8% 급증했다. 순이익도 4500만달러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며 연간 흑자전환 시기가 예상(2022년)보다 앞당겨졌다”며 “미국 인구의 80%까지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향후 점유율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중고차 가격(P)과 거래량(Q) 모두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올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신차 생산이 지연되자 사람들은 중고차를 찾기 시작했다. 중고차 수요 급증으로 미국의 2분기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이 오르자 중개업자인 중고차 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카바나는 올 2분기 차량 한 대당 평균 매출총이익(Gross profit)은 5120달러로 전년 동기(2727달러)보다 87.8% 증가했다. 어닌 가르시아 카바나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은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바나의 2분기 판매량은 10만8000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실적 개선세와 성장 기대감에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카바나는 2017년 상장 이후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직후 저점(29.35달러)과 비교하면 990.36% 급등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2분기 흑자전환에 처음 성공한 만큼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고차 시장에서 침투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카바나가 초기에 진출한 아틀란타 지역 침투율은 2.34%에 달한다. 2019년과 2020년 진출한 지역들의 침투율이 각각 0.72%, 0.38%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침투율이 0.5%에서 2%로 높아진다는 것은 매출이 4배 증가한다는 뜻”이라며 “카바나는 플랫폼 기업이어서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 추가 비용이 적기 때문에 매출 증가가 이익 증가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추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면 중고차 시장의 열기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고차 가격 상승세가 지난달부터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신중론에 힘을 더했다.월가가 제시한 카바나의 평균 목표주가는 392달러다. 현 주가 대비 22.49% 상승 여력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그랬던 중고차 산업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거래가 줄어들면서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문화가 확산됐다.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중고차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의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카바나(CVNA)는 이런 흐름에 올라타 실적과 주가가 모두 급등했다.
모든 거래 온라인으로
카바나는 중고차 픽업 장소를 자동차 자판기처럼 만들며 관심을 끌었다. 7~8층 규모의 거대한 자판기(차량 인도장)에 특수 동전을 넣으면 자동차가 나온다.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입한 후 자판기에서 직접 수령할지 혹은 배송서비스를 이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카바나는 차량 인도장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이나 중개인이 없다. 오직 온라인으로만 중고차 거래가 이뤄진다. 점포와 중개인이 없는 만큼 판관비를 아낄 수 있다. 고객들도 딜러를 통해 구매하는 것보다 평균 100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장점이다. 빠르면 10분 내 중고차 거래를 끝낼 수 있다. 360도 사진을 통해 자동차 외관과 내부, 차에 난 상처 등을 모두 볼 수 있고 수리 이력도 확인할 수 있다. 구입 후 7일 내에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 카바나가 올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친구에게도 추천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고차 판매 2위, 시가총액은 1위
미국은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연간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4000만대로 신차 시장의 2배 이상이다. 카바나는 지난해 24만대를 판매하며 미국 중고차 업체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오프라인 중고차 업체 카맥스(83만 대)다.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카바나가 중고차 판매업체 중 압도적인 1위다. 카바나의 시가총액은 552억달러(2일 기준)로 카맥스(206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 1년간 카바나 주가가 61.21% 뛰는 동안 카맥스 주가는 18.9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2분기 실적 기준 카바나의 주가매출비율(PSR)은 5.8배다. 카맥스의 PSR이 0.8배인 것에 비해 높다. 미국에 상장된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4.3배)이나 우버(7.7배)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2분기 첫 흑자전환
카바나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중고차 시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유통, 문화 등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됐듯 중고차 산업도 그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카바나는 미국 1위 중고차 사업자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실제 미국에서 중고차 온라인 거래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조사기관인 카구르스에 따르면 중고차를 구매하는 고객 중 61%가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 팬데믹은 중고차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중고차를 찾게 됐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카바나의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다.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33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8% 급증했다. 순이익도 4500만달러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며 연간 흑자전환 시기가 예상(2022년)보다 앞당겨졌다”며 “미국 인구의 80%까지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향후 점유율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중고차 가격(P)과 거래량(Q) 모두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올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신차 생산이 지연되자 사람들은 중고차를 찾기 시작했다. 중고차 수요 급증으로 미국의 2분기 중고차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이 오르자 중개업자인 중고차 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카바나는 올 2분기 차량 한 대당 평균 매출총이익(Gross profit)은 5120달러로 전년 동기(2727달러)보다 87.8% 증가했다. 어닌 가르시아 카바나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은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바나의 2분기 판매량은 10만8000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상승 여력은
카바나는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는 아니다. 연 4000만대로 추정되는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0.6%에 불과하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중고차 시장의 유통 채널은 약 4만3000개로 파편화돼 있다. 상위 100개 중고차 판매업체를 합쳐도 시장 점유율이 9.3%에 불과하다. 거꾸로 말하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공간이 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실적 개선세와 성장 기대감에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카바나는 2017년 상장 이후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직후 저점(29.35달러)과 비교하면 990.36% 급등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2분기 흑자전환에 처음 성공한 만큼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고차 시장에서 침투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카바나가 초기에 진출한 아틀란타 지역 침투율은 2.34%에 달한다. 2019년과 2020년 진출한 지역들의 침투율이 각각 0.72%, 0.38%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침투율이 0.5%에서 2%로 높아진다는 것은 매출이 4배 증가한다는 뜻”이라며 “카바나는 플랫폼 기업이어서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 추가 비용이 적기 때문에 매출 증가가 이익 증가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추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면 중고차 시장의 열기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고차 가격 상승세가 지난달부터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신중론에 힘을 더했다.월가가 제시한 카바나의 평균 목표주가는 392달러다. 현 주가 대비 22.49% 상승 여력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