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히니…집주인도 내 집 못 들어갑니다"

전세 살다가 내 집으로 실거주 들어가는데…대출 막혀
대출 불확실성에 입주 계획 꼬여…세입자도 난감
부동산·은행 "지켜보자"…명확한 해결책 없어
사진=뉴스1
#. 서울시 강서구 전셋집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씨는 최근 걱정이 많다. 전세를 내놓은 집이 전세 만료 기한이 다가오면서 입주하려고 했지만, 일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막혔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입주시점은 6개월가량 남았지만, 세입자들에게 미리 고지를 해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대출길을 막으면서 집주인도 세입자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실거거주를 하려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세입자들도 집주인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보니 불안감이 커졌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은행 등에서는 현재로서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집주인과 세입자

3일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김 씨 같은 사례는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갑자기 일부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 놓은 집에 집주인이 들어가려다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며 "세입자에게 미리 통보해야 하는데 대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주인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15억원을 눈앞에 둔 단지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15억원은 초고가 주택을 가르는 기준선이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이 동네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입주하려고 준비를 다 해뒀는데 집값이 15억원을 넘자 자금 계획이 꼬여 입주를 못 한 집주인이 꽤 있다"며 "현재 은행에서 주담대를 축소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만 집값이 15억원을 넘을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귀띔했다.세입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전셋값이 올라 갈 곳이 막막한데 집주인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다.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하면 집을 미리미리 알아봐야 하는데 집주인이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금융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은 올 11월까지 신규 주담대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어 같은달 27일부터는 지역 농·축협이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은행들은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도 조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고, 하나은행도 연봉 범위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한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라'는 당국의 권고를 수용한 것이다.
아파트값 급등으로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매매 및 임대차 중개보수 부담을 완화하는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안’을 20일 확정 발표했다. 시민들이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의 상가단지를 지나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부동산 중개업소·은행 "현재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런 상황을 두고 딱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이 없다고 얘기한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라고 말씀드릴 것이 없다. 일단은 지켜보는 것이 가장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 상승을 두고도 부동산에서 얘기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통상 15억원을 넘어가면 대출이 나오지 않아 집값이 15억원 근처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같으면 15억원도 훌쩍 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굳이 위험부담을 떠안지 말고 상황을 보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은행 역시 현 상황에서는 확답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 담당 관계자는 "현재 대출이 나온다고 해도 입주 시점에 대출이 나올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향후 집값이나 은행 내 대출 한도 등 바뀔 수 있는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상황을 살피는 방법밖엔 없다"고 전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