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속 남성 캐릭터, 여성보다 2배 더 많이 등장

벡델데이 2021, 영화 28편 분석…평균나이 여성 25세·남성 34세
지난 1년간 흥행한 한국 영화에서 남성 인물이 등장한 시간이 여성보다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하는 양성평등주간 행사인 '벡델데이 2021' 측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작과 '벡델초이스 10'(벡델 영화)에 선정된 영화 총 28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벡델 영화는 영화 속에서 여성이 얼마나 빈번하고 주도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지 가늠하는 벡델테스트 등의 기준을 적용해 총 10편을 선정했으며, 흥행작은 20위권 영화로 벡델 영화로 분류된 2편을 제외한 18편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결과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장지윤 PD, 김현주 KIST 연구원이 분석한 것으로 이날 한국영화감독조합 네이버TV를 통해 공개된다. 벡델 영화는 영화 속에서 여성이 얼마나 빈번하고 주도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지 가늠하는 벡델테스트 등의 기준을 적용해 선정했다.

흥행 영화 가운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내가 죽던 날'은 벡델 영화로 분류해 총 28편에 대한 분석이 진행됐다.

흥행 영화에선 남성 캐릭터가 차지하는 시간 점유율이 여성 캐릭터보다 2배 높았다. 백델 영화의 경우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대다수인데도 남녀의 시간 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 중심의 서사에서는 남성의 이야기도 함께 다뤄지지만, 남성 중심 서사에서는 여성의 이야기가 거의 배제된다는 것을 뜻한다.

흥행작 가운데 여성이 주연인 영화 '오케이 마담'과 '오! 문희'는 각각 여성, 남성 점유율이 높았는데, '오케이 마담'은 주인공인 미영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사건을 이끌고 해결해나가는 반면, '오! 문희'는 주인공 문희가 치매이고, 남성 캐릭터 두 명이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 점유율과 마찬가지로 스크린에서 배우의 얼굴이 차지하는 비율을 측정한 값인 공간 점유율도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흥행작 기준으로 남성 주연 영화 가운데는 '소리도 없이'를 제외한 모든 영화에서 남성의 점유율이 높았고, 여성 주연의 영화의 경우, 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크게 잡혔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10살 가까이 나이가 적게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 영화 캐릭터의 평균 나이는 여성 25.2세, 남성 34.4세였고, 벡델 영화에서는 여성 27.4세, 남성 35.9세였다.

벡델 영화의 경우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한 '남매의 여름밤'과 성폭행당한 노인의 아픔을 그린 '69세' 등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등장하면서 평균 연령이 흥행작보다 높았다.

반면 흥행 영화의 여성은 10·20대에 집중돼 나이 든 여성 배우가 설 자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밖에 감정의 다양성을 보면 적극적 감정에는 남성 캐릭터가, 수동적 감정에는 여성 캐릭터의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

또 남성은 안경을 쓴 비율이 여성보다 많았고, 여성은 남성보다 눈, 입술 화장이 두드러졌다. 인물들의 주변 물체의 종류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여성은 가구, 남성은 자동차와 함께 등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