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집중분석] 2년간 역주행하다 이제야 비상하는 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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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추락사고·미중갈등’..3대 악재 딛고 2분기에 흑자전환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이 살아나고 있다. 미·중 갈등에 코로나19로 항공기 수요가 급감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행기 추락 참사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항공기 이어 버진갤럭틱과 손잡고 우주 비행 사업에 진출
하지만 최근들어 꽉 막혀 있던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항공기 주문이 늘어 2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게다가 신성장 동력 투자도 늘리면서 보잉의 미래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손실 예상 깨고 어닝서프라이즈
보잉은 지난 2분기 5억6700만달러(약 65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만에 적자 행진을 끝내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 2분기엔 24억달러 순손실을 냈다.당초 시장에선 보잉이 올 2분기에도 주당 0.83달러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보잉은 지난해 13조2000억원의 사상최대 적자를 냈다. 실적이 개선되려면 항공기 주문 건수가 크게 늘어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잉의 항공기 주문 접수 건수는 총 184대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1994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고객사에 인도한 항공기 역시 157대로 59% 급감하며 198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항공기 주문 취소도 역대 가장 많은 650대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신규 항공기 주문은 4건, 취소는 6건으로 주문보다 취소가 많았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의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보잉은 주당 0.4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10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턴어라운드했다. 2분기 매출 역시 170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1.7% 늘었다.
항공기 인도량이 1년 전보다 4배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의 배경이 됐다. 코로나19백신 접종이 늘면서 여행 규제가 풀리자 유나이티드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의 주요 항공사들이 여객기 주문을 늘렸다. 데이비드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완전한 반등까지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백신 보급이 늘고 여행 수요가 증가한 덕분으로 상업용 여객기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초 보잉은 올해 말까지 직원 수를 13만명으로 줄일 방침이었으나 항공기 수요가 늘면서 인력을 14만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7월초 200달러대가 깨질 위기에 처했으나 상승 탄력을 받아 240달러선을 넘보며 220달러 주변을 지키고 있다.
4년 간 중국발 여객기 주문 제로
원래 보잉은 전체 생산량의 25%를 중국 항공사에 판매해왔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발 주문이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은 기름을 부었다. 중국이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발생 직후부터 방역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외국 항공사의 운항을 금지했다.미 교통부는 “중국의 항공 운항 중단 정책은 국제 협약에 위배되고 중국 도착 이후 양성 판정을 받은 승객에 대한 책임을 항공사에 과도하게 지운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 방침이 바뀌지 않자 미국도 중국 항공사 운항 제한에 들어갔다.
칼훈 CEO는 “최근 4년간 중국으로부터 단 한 대의 여객기도 주문 받지 못했다”며 “미·중 관계가 하루 빨리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올 초에 잇타라 터진 비행기 추락 사고로도 보잉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18년 10월에 이어 2019년 3월 보잉 737맥스 기종이 연이어 추락사고를 내 운항 정지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미 유타이티드항공 소속 보잉 777-200기종 여객기가 미 콜로라도주 덴버 공항 이륙 직후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여객기는 덴버 공항으로 회항해 무사히 비상착륙했지만 비행 과정에서 엔진이 불타고 기체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심각하자 미 연방항공청(FAA)은 보잉 777기종 가운데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전 세계 항공기 60여대에 대해 일시 운항 정지를 지시했다. 대부분 사고 여객기와 같은 PW4000 엔진을 쓰는 기종이었다. 한국과 미국, 일본 항공사들이 해당 여객기를 많이 썼다.
여객기 뿐 아니라 화물기도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 7월 보잉 737 화물수송기가 엔진 이상으로 하와이 호눌루루 앞바다에 비상착륙했다. 화물기에는 조종사 2명만 탑승했고 모두 구조됐다. 미 연방항공청은 “조종사들이 항공기 엔진 하나가 고장이 나 호눌루루로 돌아가려 했으나 실패해 바다에 착륙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보잉사는 운항 정지를 풀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여 지난해 10월 이후 세계 175개국에서 737맥스의 운항 재개 승인을 받았다. 인도에 이어 중국에서도 737맥스 비행을 다시 허용할 움직을 보이고 있다. 보잉 777기종에 대해서도 조사를 끝내 늦어도 내년 초까지 운항 재개 결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지구 넘어 우주로 가자"
1916년 세워진 보잉은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사다. 상업용 뿐 아니라 군사용 항공기도 많이 제작해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과 함께 미국의 3대 항공 방위 산업체로도 꼽힌다.보잉은 우주 관광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보잉은 영국의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민간 우주관광 회사인 버진갤럭틱과 제휴했다. 버진갤럭틱의 위상 발사 사업 전문 자회사인 버진오빗에 투자했다. 버진오빗은 지상 발사대에서 로켓에 실어 발사하는 기존 위성과는 달리 개조한 보잉 747 항공기를 이용해 상공에서 위성 발사용 로켓을 쏘아 올린다. 올해에만 이 방식으로 두 차례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버진오빗 측은 올해 1500만달러(약 175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버진오빗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해 미국 나스닥 사장을 준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현재 버진오빗의 기업 가치는 37억달러(약 4조3000억원) 평가받고 있다. 버진오빗은 나스닥 상장으로 1억 달러(약 1170억) 규모의 상장지분사모투자(PIPE)를 포함한 총 4억830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할 전망이다.보잉 측은 “차세대 미래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주 탐사와 국제 우주 정거장(ISS) 건설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