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최고 등급 위기 상황이 발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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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미국 CNN 방송은 방금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하여 인류의 무서운 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모든 전쟁과 분쟁을 중지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전 부문에서 조건 없이 협력하기도 전격 합의하였다고"라고 세계 전역에 방송한다.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가상뉴스다. 현재 지구촌에 벌어지는 바이러스 전쟁은 국가 간의 이기주의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변이 양산을 방치하며 인류의 위기 상황을 앞당기고 있다. 영화<아웃 브레이크(Out break), 1995>에서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급속히 발발(outbreak) 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권력자들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키우고 만다. 결국 소명감 있는 소수의 과학자들이 목숨을 걸고 바이러스 전파 상황을 공유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위기를 타파해 나간다. 현재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슴을 뛰게 할 메가톤급의 국제 공조와 리더들의 결단이 필요하다.<영화 줄거리 요약>
1967년 아프리카 자이르의 모타바 강 계곡의 용병 캠프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하여 군인들이 죽어가자 미군에 긴급 의료 지원 요청을 하지만 미군은 혈액만 채취한 뒤 일방적으로 용병 캠프에 폭탄을 투하하여 모두 몰살시켜 버린다. 그 후 30년이 지난 뒤, 자이르에서 다시 출혈열이 발생하여 감염자가 모두 사망하자 미국에 다시 지원 요청을 하게 된다. 군의관인 샘 다니엘 대령(더스틴 호프만 분)은 자신의 친구이자 직속 지휘관인 빌리 포드 준장(모간 프리먼 분)의 지시로 정체불명의 치명적 전염병이 돌고 있는 자이르 우림 지대의 오지에 들어가 이를 조사하게 된다. 열대 정글의 심장부까지 들어간 샘 대령은 에볼라 바이러스보다도 더 빠른 잠복기로 치사율 100%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균이 휩쓸고 간 마을을 발견한다. 마을 주민들은 절대다수가 사망한 상태로 장작더미처럼 겹겹이 쌓여 있고 극소수의 생존자들마저 죽어가고 있었다. 샘은 1967년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모타바 바이러스와 동일한 이 바이러스가 저지되긴 했어도 미국 전역에 퍼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정부 각료에게 비상조치를 취해줄 것을 경고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생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권력자들이 방관하면서 위기는 서서히 다가오게 된다.<관전 포인트>
A. 샘 대령은 어떤 사람인가?
육군 군의관인 샘 다니엘 대령은 국방부 소속으로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센터(CDC)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베테랑이다. 부인인 로비 커우(르네 루소 분) 역시 CDC에 근무하는 의사이지만 두 사람은 마음이 맞지 않아 이혼하려는 중이다. 샘 대령은 상부가 은닉한 세균전쟁의 음모를 파헤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바이러스와의 사투에서 부인인 로비까지 감염되자 숙주를 찾아내어 치료제를 만들면서 사람들과 부인을 구해내게 된다. 두 사람은 위기의 상황을 같이 하면서 사랑에도 항체가 생겼다면서 다시 사랑할 용기를 얻게 된다.
B.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퍼지게 된 배경은?
자이르에서 한국의 태극호라는 화물선에 실려 미국으로 건너간 감염된 실험용 원숭이 한 마리를 짐보라는 밀수꾼이 빼돌려 북 캘리포니아의 시더 크릭이라는 작은 마을 가게에 팔려다 못 팔고 숲에 놓아준다. 그 과정에서 짐보는 원숭이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채 애인을 만나러 보스턴에 오지만 곧 독극물 쇼크와 같은 치명적인 증상으로 쓰러지고 키스를 한 애인도 사망한다. 연이어 동물 가게 주인 루디와 그를 치료하던 의사도 감염되고 그가 간 극장과 병원에서 에어컨 공기를 통해 마을 사람 수십 명이 감염돼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C. 최고 사령관 맥클린토크 소장의 음모는?
포드 장군의 상관인 도날드 맥클린토크 소장(도날드 서덜랜드 분)은 30년전 모타바 바이러스를 추출후 생물학적 무기로 개발하고 치료제(E1101)까지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형 모타바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자신들의 무기가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 생물학 무기의 보안을 위해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 시더 클릭 마을 2,600명 전체를 초토화하려는 작전을 세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샘 대령은 이에 맞서려고 하지만 맥클린토크 사령관은 샘 대령을 살해하여 음모를 덮으려고 시도하게 된다.
D. 샘 대령의 부인 닥터 로비가 감염되는 상황은?
환자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환자를 상대하던 닥터 로비도 주삿바늘에 찔려 감염되고 만다. 점차 다급해진 샘 대령은 숙주 동물이 아프리카에서 화물선으로 밀반입된 원숭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흑인 보좌관 설트 소령(쿠바 쿠딩 주니어 분)과 함께 직접 숙주 원숭이를 찾기 위해 방송국을 침입하여 생방송으로 사진을 공개한다. 이에 분노한 맥클린토크 소장은 샘 대령이 탄 헬리콥트를 요격하지만 가까스로 피하고 설트 소령은 민가에서 신고된 원숭이 피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E. 영화의 결론은?
원숭이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지만 맥클린토크 소장은 시더 클릭 마을에 폭탄 투여를 명령한다. 하지만 지각 있는 포드 준장의 기지와 양심적인 조종사의 판단으로 폭탄을 바다에 떨어뜨려 마을 주민들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포드 준장은 모타바 바이러스의 무기화를 위해 치료제 개발을 대통령에게 의도적으로 숨겨 국가의 정신을 파괴한 맥클린토크 소장을 중요 정보 은닉 혐의로 사령관직을 박탈하고 체포한다.<에필로그>
세계의 경찰국가라고 자처하던 미국이 과거 베트남에 이어 이번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책임하게 발을 빼면서 극악한 탈레반의 철권통치가 시작되었다. 전 인류가 위협받는 바이러스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강대국들은 자국 이기주의, 백신의 무기화로 인류는 엄청난 위기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과연 지구의 멸망 같은 최후의 순간이 다가와야만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가능할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의 현실도 증오와 반목으로 인해 최고 등급의 위기 상황이 발령되었음에도 편가르기와 이기주의에 물든 권력자들의 독선적인 포퓰리즘으로 기업가 정신은 훼손되고 사회의 공정성이 땅에 떨어져 희망의 빛이 꺼져가고 있는 엄중한 상태다. 손쓸 수 없는 마지막 위기가 발발하기 전에 바로잡을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샘 대령이 자신의 부인과 감염자들을 반드시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코로나 병동에 방호복을 벗고 다가가던 용기 있는 자세가 부럽다.<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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