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구하는 '1000만원 샤넬백' 경품으로 준다고?

KTB투자증권, 샤넬백 이벤트 조기마감'
한국투자증권, 토스 등 "공짜 주식 줍니다"
신규 고객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마케팅 경쟁 치열
샤넬의 클래식 핸드백. / 사진=한국경제신문 DB
국내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불꽃튀는 마케팅전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를 잡기 위한 통큰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신규 고객유입을 위해 수수료 할인·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최근에는 무료 주식 증정, 명품백 선물 등 으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신규 고객이 급증했지만, 올해들어 증시가 횡보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이 다소 주춤한데에 따른 영향이다.

증권사, 신규 고객 유치 마케팅 '활발'…공짜 주식에 샤넬백 등장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비대면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샤넬백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다. 선물로 내건 샤넬백은 △샤넬 플립백 은장(539만원) △보이 샤넬 플립백 금장(666만원) △샤넬 클래식 플립백 라지(1049만원) 등이다. 리셀(다시 팔기)시에 인기가 높은 시그니처 모델이다. 가격 인상까지 예고된터라 돈이 있어도 오픈런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백으로 알려졌다.

이벤트 참여 방법은 롯데카드앱(LOCA)을 통해 KTB투자증권 신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롯데카드를 보유하고 있어야 앱 로그인이 가능하다. 또 계좌 개설 후에 계좌 잔고 100만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다소 번거로운 이벤트 참여 방법에도 불구하고 평소 백화점에서 구하기 힘든 샤넬백 추첨에 대한 기대감에 많은 고객들이 몰렸다.

이벤트가 대박이 나면서 결국 KTB투자증권은 당초 이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샤넬백 추첨 이벤트를 지난 5일 오후 11시30분에 조기 종료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선보인 '서프라이즈 랜덤박스 주식 증정 이벤트'도 지난달 23일 오후 11시30분에 계획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을 한 신규·휴면 고객(비대면 휴면은 제외)이 대상으로 시가총액 및 거래량 상위 200개 종목을 무작위로 주는 행사였다.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샤넬백 이벤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벤트 기간 동안 평상시 대비 일평균 30배 이상의 신규 계좌 개설 유입 효과가 발생했다"며 "샤넬백 3개 중 2개는 9월 5일까지 참여한 고객들 중 추첨을 통해 지급될 예정이며 나머지 하나는 이달 중 또 다른 이벤트를 통해 고객에게 증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까지 자사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 뱅키스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주식 이벤트를 실시한다. 해외주식 신규 고객이거나 올해 해외주식 거래 이력이 없는 휴면고객이 이벤트에 참여하면 거래 금액별로 최대 4종목(DHY·ICLN·GM·나이키)의 주식을 추첨해 지급한다. 거래가 없는 신규 고객들에게도 공짜 주식 혜택을 제공한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서 집계한 7월 순매수결제 상위 50종목 중 1주를 총 50명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신규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특정 이벤트에 참여하면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공짜 주식 마케팅에 불을 붙인 곳은 토스증권이다. 토스증권은 지난 4월과 5월 신규주식계좌를 개설하면 무작위로 주식 1주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기간 토스증권 신규 계좌 개설 수가 급증하며 350만을 넘어섰다. 또한 토스증권이 제공한 주식 종목들이 높은 평균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토스픽(토스+PICK)’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주식 투자열풍에 거래 활동 계좌 수 5000만개 돌파

주식시장에는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도 사상 최초로 5000만개를 돌파했다. 주식 거래 활동 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가 이뤄진 위탁매매계좌 및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502만6237개로 처음으로 500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 3월 19일 4000만개를 돌파한 이후 5개월 만에 1000만개가 증가한 것이다.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2007년 7월 10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2012년 5월 2000만개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하락하던 작년 3월에 3000만개를 기록했다. 최근 계좌 수의 증가는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300선을 돌파하고 코스닥지수도 '닷컴 버블' 이후 20년 7개월 만에 1000선을 넘어서는 등 주가가 상승하면서 신규 투자자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카카오뱅크 등 굵직한 기업들이 상장된 영향도 있다. 이들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는 기본적으로 해당 증권사의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신규 투자자들을 고객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러한 활동들은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보다 고객층을 장기적으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에는 유통·IT 기업과 연계한 협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