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국내 고집 말고 美·中 해외주식형 펀드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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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분산투자…안정적 수익직장인 신모씨(34)는 지난해 초 자신의 개인퇴직연금(IRP)으로 AB미국그로스펀드를 최대 한도인 70%까지 샀다. 나머지 30%는 채권형 펀드에 넣었다. 국내주식은 여윳돈으로 직접 투자하더라도, 해외주식은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하겠다는 게 신씨의 전략이었다. 1년간 IRP 계좌 수익률은 30%가 넘었다.
지난달 초 기준 3년 수익률
상위 20개 중 13개 해외펀드
메리츠차이나증권 펀드 163%↑
美 투자 펀드도 수익률 상위권
국내 투자 퇴직연금 펀드는
KTB운용 상품이 수익률 좋아
신씨처럼 퇴직연금으로 해외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퇴직연금으로 가입 가능한 해외주식형 펀드의 장기(3년) 수익률은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
○3년 수익률 비교해 보니
문제는 상품 선택이다.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데다 퇴직금이 누적되다 보니 첫 번째 선택이 미래에 큰 차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분산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퇴직연금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 장기 분산투자하는 게 바람직한 자산관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실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 코로나19를 뚫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퇴직연금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펀드 중 3년 수익률 상위 20개 가운데 13개가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지난달 초 기준 3년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는 메리츠차이나증권 펀드로 163.93% 올랐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성장성 높은 중국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펀드에 자문하는 빈유엔캐피털 관계자는 “미국과의 분쟁이 오히려 중국 내부의 투자 의지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거대한 내수시장, 축적된 기술,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수익률 상위 펀드에 이름을 다수 올렸다. 미국 장기투자 불패론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미국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지난 40년간(1981년 8월~2021년 8월) 11배 넘게 올랐다.
지난달 말 기준 3년 수익률이 106.07%에 달했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와 같은 기간 87.42% 수익률을 기록한 AB미국그로스 펀드가 대표적이다.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는 글로벌 기술주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VISA, 알파벳(구글), 세일즈포스 등 해외 주식은 물론 삼성전자까지 두루 담은 펀드다.
AB미국그로스 펀드는 미국 성장주에 집중하고 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등을 주로 담았다. 성장주 중심으로 구성하다 보니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 대비 애플 비중은 낮고 페이스북과 아마존 비중이 높다.
○분산투자 효과 누려라
삼성픽테로보틱스 펀드의 수익률은 89.89%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픽테자산운용 펀드에 재간접 투자한다. 미국 인텔·알파벳, 독일 지멘스, 일본 니덱 등 로봇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같은 기간 마이다스아시아리더스성장주 펀드는 지난달 말 기준 3년 수익률이 82.60%다. 이 펀드는 성장성 높은 아시아 기업에 분산투자한다. 대만 TSMC, 중국 텐센트·BYD, 일본 소니·Z홀딩스, 한국 삼성전자·LG화학 등에 투자하고 있다. 국가별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과 함께 아시아 시장의 성장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일본 비중이 약 30%로 가장 높다.
○국내 주식 강자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퇴직연금 펀드 중에서는 KTB자산운용의 VIP밸류퇴직연금 펀드와 VIP스타셀렉션 펀드가 각각 3년 수익률 130.79%, 125.58%를 기록하며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래에셋코스닥혁신성장 펀드가 83.22%를 기록하고 있다.KTB의 두 펀드는 모두 가치투자로 유명한 VIP자산운용이 자문을 맡고 있다. 성장성 높은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중소형주 비중이 크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