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따따블…희토류를 알면 돈이 보인다?!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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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깊어지면 주가 오르는 베이팡희토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 보유
중국 희토류 무기화의 첨병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 한경닷컴이 속한 한경미디어그룹이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글로벌마켓을 가동합니다. 유튜브 한국경제 채널도 한경 글로벌마켓으로 바꿨습니다. 중국 주식을 다루는 차이나스톡은 이제 베이징나우가 됐습니다.
이제까지 차이나스톡에선 상하이와 선전 홍콩 뉴욕 등지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들을 주로 다뤘습니다. 베이징나우가 앞으로도 중국 주식을 다룬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증시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기도 하고, 중국 주식을 알려면 베이징의 정치와 정책을 꼭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타이틀을 베이징나우로 달았습니다. 앞으로는 정책 부분도 더 많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오늘 소개해드릴 종목은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인 베이팡시투, 한국식으로 읽으면 북방희토입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희토류를 채굴, 제련하는 게 주력인 기업입니다.
시총 37조 … 본토증시 60위권
베이팡은 최근 중국에서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입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고요, 종목코드는 600111입니다. 주가는 지난 7월초에 20위안 정도에서 현재는 60위안 가까이까지 올랐습니다. 두 달 만에 3배 뛴 거고요. 시가총액은 2100억위안, 약 37조6600억원 정도 됩니다. 중국 본토증시 기준으로는 60위권이고요. 중국에서는 희토류와 리튬을 비철금속 업종으로 묶는 게 일반적인데요, 둘 다 신에너지나 첨단기술 같은 중국 정부가 밀어주는 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비철금속 업종 지수도 최근 계속 뛰고 있습니다.비철금속업종 내에서 비교하자면 중국 2위 리튬업체인 톈치리튬이 시총 2000억위안으로 베이팡보다 약간 작고요, 최대 리튬업체인 간펑리튬이 3000억위안대로 상당히 앞서 있습니다. 같은 희토류 업체로는 우광시투, 영어 이름은 민메탈스라고 하고 종목코드 000831인 업체가 있는데 시가총액은 500억위안대로 차이가 큽니다. 또 희토류를 가공한 영구자석을 다루는 진리, 금력이라는 종목도 있는데요, 종목코드는 300748이고요, 이 종목 시총도 200억위안대로 베이팡보다는 상당히 작습니다.
PER 47배는 부담
베이팡 실적을 좀 보겠습니다. 베이팡은 작년에 매출 212억위안, 순이익 8억위안을 올렸습니다. 매출 3조8000억원에 순이익 1500억원 정도입니다. 2019년에 비하면 매출은 17%, 순이익은 35% 늘었습니다.올 상반기에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매출은 147억위안이니까 작년의 4분의 3을 올렸고요, 순이익은 20억위안으로 작년 전체의 2.5배 정도 됩니다. 상반기끼리 비교해보면 작년보다 매출은 50%, 순이익은 6배 커졌습니다.
실적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는 바람에 주가수익비율, PER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긴 합니다. 현재 주가를 작년 순이익에 대입해보면 PER이 240배나 됩니다. 주가가 미래 실적 전망을 반영한다고 볼 때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는 47배, 2022년은 34배, 2023년은 26배 정도로 내려갑니다.지난주에 소개해드린 간펑리튬이 같은 기준으로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 PER이 140배고 내년 107배, 2023년 87배인 것에 비하면 오히려 주가 부담은 적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중국 증시 PER이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높다는 건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정부 희토류 쿼터 절반 차지
베이팡이 희토류 주식 중에서 시가총액이 독보적이고 PER도 높은 이유는 아주 단순 명확합니다. 중국 정부가 밀어주기 때문인데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희토류 관련 기업들에게 채굴 쿼터를 나눠줍니다.올해 상반기 전체 채굴량은 8만4000t이고요, 베이팡에게 주어진 채굴량이 4만4130t이니까 절반이 넘습니다. 베이팡, 북방희토에 대응하는 남방희토, 난팡그룹에 주어진 게 3만9300t이니까 사실상 북방희토와 남방희토가 과점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올해 상반기 전체 쿼터 8만4000t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전체 쿼터는 작년 상반기 대비 27% 늘어났고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19년보다도 6%가량 늘었습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고 미중 갈등 이슈도 있어서 6만6000t 밖에 안됐는데 올해 다시 늘린 겁니다. 베이팡의 상반기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도 희토류 쿼터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 바오윈어보 광산
베이팡이 이런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한다면 제 생각은 '그렇다'입니다. 베이팡이라는 회사 자체가 희토류 광산 때문에 생긴 회사이기 때문입니다.베이팡의 모기업은 바오터우강철그룹입니다. 줄여서는 바오강이라고 하고요.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바오우철강과는 다른 기업입니다. 바오우는 본사가 상하이에 있고, 지금 얘기하는 바오터우강철, 바오강은 나이멍구, 내몽고자치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국유기업입니다. 베이팡도 당연히 국유기업이겠죠.
나이멍구자치구가 바오터우강철을 설립한 이유가 바오터우시에 있는 바이윈어보라는 광산 때문입니다. 1954년에 바이윈어보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서 바오터우강철을 설립했는데, 철광석을 캐다 보니 이 광산에 희토류가 엄청나게 많이 매장돼 있다는 걸 발견한 겁니다. 바이윈어보 광산에 매장된 희토류는 3600만t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전세계 매장량의 30% 이상이 이 광산 하나에 들어가 있습니다.
중국 중앙정부와 나이멍구정부는 그래서 1997년 바오강 산하에 베이팡희토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군소 희토류업체들을 계속 베이팡에 합병시키고 있습니다. 군소 업체들이 정부 감시를 피해 희토류를 밀수출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계속 통폐합을 시켜서 관리를 강화하는 겁니다.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
과거 사례를 보면 희토류 주식들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다는 소식이 나올때 주로 급등했습니다. 그러다가 대외 갈등 이슈가 사그라들면 주가도 떨어졌습니다. 한국의 방산테마주랑 비슷합니다. 중국과 일본이 센가쿠열도, 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다가 중국이희토류 수출을 제한한다고 했던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베이팡 주가도 역대 최고점을 찍었습니다.최근에 베이팡 주가가 오르는 이유로는 실적 개선도 있지만 미중 갈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방산주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라는 이슈가 결판이 나는 건 아마 어느 한 쪽이 완전히 기울어지는 시기일텐데요, 그런 시기가 오기까지는 앞으로도 적어도 수 년은 더 걸릴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베이팡의 주가도 예전에 등락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최근에는 쭉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투자자분들이 비슷한 예상을 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미국과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졌습니다. 작년 10월에 특정 물품이나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법인 수출통제법을 제정했고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희토류 총량 관리를 하겠다면서 희토류 관리조례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수출통제법 초안을 공개한 건 2016년이었습니다. 계속 심의만 하다가 결국 통과시킨 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로 분석됩니다. 이 법에 따르면 군사용 물품과 민간용이지만 군사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이 수출통제 대상에 올라갑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수출통제 대상 물품을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긴 합니다.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정도면 미국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희토류가 그럼 뭔지 잠깐 보겠습니다. 원소 주기율표를 보면 원소기호 57번 란나텀에서 71번 루테튬까지 란타넘족 원소 15개와 스칸듐, 이트륨 2개를 더해서 총 17개 원소를 희토류라고 정의합니다.희토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도 많이 들어가고요. 특히 군사용 무기에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35나 각종 미사일들도 희토류가 없으면 만들 수가 없다고 하니 미국이 희토류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희토류의 특징은 화학적 성질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겁니다. 외부 환경이 달라져도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고요, 열 전도율도 높습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주로 만드는 제품이 영구자석입니다. 전세계 희토류 소비량의 30% 정도가 영구자석에 쓰인다고 합니다.
전세계 영구자석 시장 규모가 200억달러, 23조원이 넘고요. 그 중에 희토류 중 하나인 네오디뮴을 활용한 영구자석 시장이 100억달러가 넘습니다.
1980년대 일본에서 희토류 중 하나인 네오디뮴을 섞은 영구자석을 개발했습니다. 철에다 네오디뮴과 붕소를 혼합시킨 자석인데, 철로만 만든 기존 영구자석보다 자기력이 2배에서 10배까지 강하다고 합니다. 마트에서 가 보면 좀 비싼 물건에는 택이 하나씩 붙어있죠. 계산하고 나면 계산대에 달려 있는 자석에 택을 대서 떨어뜨리는데, 이 계산대에 있는 자석이 네오디뮴 자석입니다. 일반 자석으로는 안 떨어지는 택도 네오디뮴 자석에 대면 바로 떨어지죠.
이런 영구자석은 모터에도 들어갑니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엔진이 모터로 바뀌고 있는데 희토류가 없으면 전기차의 심장인 모터를 못 만드는 겁니다. 모터를 오래 돌려서 뜨거워지면 자성을 잃기가 쉬운데, 여기에 디스프로슘이라는 희토류를 섞으면 내열성이 강하집니다. 그런데 디스프로슘은 전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축소
미국은 희토류가 전략자원으로서 중요성이 높아지자 정기적으로 관련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약 1억2000t이고요, 이 가운데 4400만t이 중국에 있습니다. 브라질과 베트남도 각각 2000만t 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전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58%로 집계됐습니다. 2016년까지만 해도 90%에 달했었는데 미국과 호주가 적극적으로 생산에 뛰어들면서 중국 비중이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나선 건 베이팡이나 중국 희토류업체들에게 상당한 리스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미국, 일본, 호주, 인도 구성된 안보협의체 쿼드 회원국들은 희토류에 대한 새로운 생산 기술과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희토류를 관리하는 국제 규칙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환경오염은 리스크
희토류 산업이 갖고 있는 또다른 리스크는 환경오염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희토류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이유로 3가지를 꼽습니다. 하나는 방대한 매장량이고 두번째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입니다. 그리고 세번째가 낮은 환경의식이라고 합니다.희토류는 광석 10㎏을 밀가루처럼 갈았을 때 겨우 3g, 손톱만큼 나옵니다. 물을 강하게 쏴서 수압으로 쪼개기 때문에 물도 많이 필요하고, 또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는 광물은 바스트네사이트 모나자이트 이런 광석들인데 이 광석들은 대부분 토륨이나 우라늄 같은 방사성 원소도 같이 갖고 있습니다.
희토류 금속을 1t 정제하는 데에 6300만L의 독성 가스와 20만L의 산성 폐수, 1.4t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나 호주는 희토류 함유 광석을 채굴하고서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보내서 제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설적으로 중국은 생산과 정제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중국 정부가 베이팡같은 기업에게 몰아주기를 하는 게 정제 기술을 높이고 환경 오염을 줄이자는 목적도 있습니다.중국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라는 국제사회 압박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도 그렇고요. 이 때문에 희토류 정책에 전체적으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입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