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인권 존중하겠다"던 탈레반, 가족 앞에서 임산부 '총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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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측 "해당 사건은 우리와 무관"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신 8개월째인 여성 경찰관을 폭행한 뒤 총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5일(현지 시간) BBC, 더 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부 고르주(州)의 주도 피로즈코에서 여성 경찰관인 바누 네가르가 탈레반 대원들에게 구타당한 뒤 총에 맞아 숨졌다.네가르는 지역 교도소에서 일하던 경찰관이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무장한 탈레반 대원 3명은 네가르의 자택에 침입해 수색한 뒤 가족을 묶었다. 곧이어 네가르를 남편과 아이 앞에서 때리고 사살했다.
네가르의 유족들은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고인의 시신과 방 한구석의 벽에 피가 튀어 있는 사진을 BBC에 제공했다. 하지만 BBC는 해당 사진이 잔인하다면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사실에 대해 탈레반 측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탈레반 소속 대원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BBC방송에 "탈레반 소속 대원이 네가르를 죽이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현재 철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탈레반은 이미 이전 정부에서 일했던 이들을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 네가르가 살해당한 건 탈레반 소속 대원의 소행이 아닌 다른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지난달 16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여성도 히잡만 쓴다면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며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 현지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다.
카불의 한 시민은 영국 매체 더 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변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모두 탈레반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