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GM 공장 멈추고 테슬라 신차 미루고…'車반도체 공급난'에 한숨만

연초엔 자연재해·화재로 웨이퍼 전공정 차질
동남아 코로나19 확산으로 후공정도 '마비'
자동차·반도체 업계 "해소는 2023년 봐야"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반도체 공급난에 자동차 업계가 허덕이고 있다. 공장 가동을 멈추는가 하면 신차 출시마저 연기하는 처지다. 완성차와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반도체 공급난 여파에 이달부터 일본 내 주요 공장들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다카오카 공장은 이달 1~17일 쉬며, 모토마치 공장 LC와 센츄리 라인은 이달 아예 가동하지 않는다. 그 외 공장들도 많게는 20일까지 휴무를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도요타는 9월 생산량이 당초 계획보다 40%(약 36만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미주리주 웬츠빌 등 북미 공장 6곳의 생산라인을 일시 폐쇄했다. 앞서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을 결정했지만 공장 가동마저 버겁다는 판단에 생산라인을 아예 폐쇄한 것.

이 여파로 GM의 인기 차종인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와 샤이엔, 준대형 스포츠유틸리치차량(SUV) 트래버스 등의 생산이 중단된다. GM은 그간 감산을 반복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 생산라인 만큼은 정상 가동을 고수했지만, 결국 반도체 공급난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내년 여름으로 예고했던 2세대 로드스터 출시 시점을 2023년으로 미뤘다. 역시 반도체 공급난 탓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미쳐버린 공급망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며 "내년에 대단한 반전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신형 로드스터는 2023년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트럭과 중형트럭인 테슬라 세미 출하도 연기됐다. 부품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일부 모델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올해 초 시작된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공급난은 자연재해와 공장 화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확산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한파 영향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삼성전자, NXP, 인피니언 등이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같은 달 일본 르네사스의 주력 공장인 나카 공장에서는 전력 사용 급증으로 화재가 발생해 생산기계가 파손됐다.

여기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비롯한 대만 기업들은 지난 6월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동남아에 확산되며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돼 반도체 공급망이 멈춰섰다.
삼성전자, TSMC, NXP, 르네사스 등이 웨이퍼를 가공하는 전공정을 통해 '마이크로 컨트롤러(MCU)'를 생산하면, 동남아 공장들은 이를 받아 검수하고 '전자제어유닛(ECU)'으로 조립하는 후공정을 진행한다. 후공정은 마진도 극히 적어 업체들이 대체 공장을 확보할 여력도 부족하다.때문에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동남아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완화되어야 원활한 공급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에 동남아 지역 공장들이 폐쇄되며 플라스틱과 유리, 배선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네스 등도 부족해진 상황이다. 해당 지역 정부들이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셧다운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원인이 됐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AG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독일 뮌헨 IAA 모터쇼를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반도체 공급업체가 지적해온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 상황이 내년에도 끝나지 않을 수 있다. 2023년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표적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거 최고경영자(CEO)도 반도체 공급난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조력을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수급이 개선되려면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IT 전문 조사업체 서스퀘나파이낸셜은 반도체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이 지난 7월 20.2주까지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에 쓰이는 MCU 리드타임은 2년이 넘는 26.5주로 늘었다.

컨설팅업체 앨릭스 파트너스는 60일치 차량 재고 확보와 가격 하락이 나타나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완성차 업체 생산량이 710만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