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지원금 25만원 신청하세요"…문자 폭탄 쏟아지는 이유

전체 91% '카드 수령' 몰려…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지원금 사용 가맹점 알림 서비스 고도화…편의성 확대
앱 활성화 및 신규 고객 유치, 데이터 확보 효과 기대
사진=허문찬 기자
지난 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가운데, 총 1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카드사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경험을 토대로 지원금을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알려주는 서비스 등 카드사별 고객 편의성을 확대하는 조치가 대표적이다.

국민지원금의 경우 영세·중소가맹점에 혜택이 집중돼있다. 때문에 카드사에서 결제 수수료 관련 재무상 이익을 거두기는 어렵다. 대신 카드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 기존 고객 이탈 방지, 카드 이용 데이터 확보, 애플리케이션(앱) 활성화 등 비재무적 영역 강화 측면에서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보고 유치 경쟁을 시작했다. 사실상 고객의 충성도를 놓고 겨루는 '자존심 싸움'인 셈이다.

'11조' 이용자 누가 먼저 잡을까…카드사 경쟁 '치열'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온라인 신청 첫날인 지난 6일 전 국민의 9.8% 수준인 507만명에게 1조2666억원이 지급됐다. 이는 지난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신청 첫날 지급액보다 478억원 많은 수준이다. 예산집행률도 11.5%로 작년 8.6%보다 2.9%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급수단으로는 신용카드·체크카드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카드를 통해 국민지원금을 지급받는 이용자는 총 463만명(1조1566억원)으로 전체의 91.3%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민 대다수가 카드를 통해 지원금을 수령하는 데 몰리는 만큼, 총 1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카드사의 경쟁이 대두되는 모양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고도화 작업을 마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선 카드사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올해 카드사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동네 지원금 가게 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지난해 시행한 가맹점 지도 서비스에서 시스템 고도화를 거친 결과물이다. 이전의 가맹점 지도 서비스는 모바일 지도에서 상호·업종을 선택하고 원하는 지역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만 했다. 신한카드가 내놓은 서비스에서는 자택 근처 지원금 사용 가능 가맹점을 신한페이판 앱 알림 메시지로 자동으로 전송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객이 직접 모바일 지도 페이지에 접속해 지원금 이용 가능 가맹점을 하나씩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게 핵심이다. 위치 기반 서비스에 대한 사전 동의만 마치면 등록돼있는 자택 주소지 인근 상권에 들어서는 순간, 관련 권역의 지원금 사용 가능 가맹점을 볼 수 있는 앱 알림 메시지가 전송된다. 초개인화 역량에 위치 기반 시스템을 결합한 서비스다. 지원금 사용 내역과 잔액을 서비스 첫 페이지에 공개하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KB국민카드는 실시간 문자 알림 서비스와 모바일 홈페이지·앱 등에서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통한 지원금 사용 가능 가맹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업종 선택 방식으로도 가맹점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위치 확인에 동의한 경우 고객이 위치한 지역을 기준으로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한 가맹점이 지도에 표시된다. 가맹점 아이콘을 통해서 상호, 업종, 주소 조회와 함께 전화 걸기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올해 KB국민카드 외에도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등 4개 KB금융그룹 계열사의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에서 바로 국민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편하기도 했다. 고객의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다. 스타샵 가맹점 혜택 알림 서비스도 추가된다.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가맹점 중 포인트 추가 적립 등을 제공하는 KB국민카드의 스타샵 가맹점을 지도에 표시하고, 관련 혜택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카드도 올해부터 고객의 지원금 사용 가능 가맹점 확인 절차를 대폭 축소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우리카드 앱 또는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금 안내 페이지에 접속해 고객 자택 주소를 선택한 뒤 전체 검색 또는 가맹점명을 전부 입력해야 하는 '사용 가맹점 조회' 서비스에서 한 단계 고도화한 것이다. 이 지도 서비스를 통해서는 한 지역의 전체 구역에서 지원금 이용 가맹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우대수수료' 역마진에도…앱 활성화·결제 데이터 확보 등 효과 '핵심'

이처럼 카드사들이 국민지원금 이용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선 이유는 비재무적 영역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수수료를 비롯한 이익 추구 면에서는 카드사에 득이 될 게 없다고 말한다. 국민지원금의 경우 영세·중소가맹점에 혜택이 집중돼있어 카드사 입장에선 결제 수수료 관련 역마진을 피할 수 없어서다. 현재 카드사들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0.8~1.6%)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정책 도입에 따른 인프라 구축 및 서버 운영 비용도 모두 카드사 부담으로 책정된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지난해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당시 80억원가량의 손실을 봐야 했다.
추석을 2주 앞둔 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결국 신규 고객 유치 및 기존 고객 이탈 방지 취지가 핵심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전 국민의 88%가 11조원의 재원을 사용하는 시기인 만큼, 각사의 서비스를 비교하고 결제 수단으로 선택하는 장이 열린다는 면에서다.

간편결제 앱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카드사 플랫폼의 역량을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한 방안으로도 적절하다. 국내 카드사들이 자사 앱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관련 비용을 국민지원금 결제 시장 관련 서비스 고도화에 투자하는 것이 나쁜 선택지가 아닌 셈이다. 여기에 일정 기간 내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카드 결제 데이터는 카드사별 소비 데이터로 활용이 가능한 만큼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면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재무적인 이익이 아닌 기존 고객 이탈 방지, 결제 데이터 확보 등 무형의 효과를 얻기 위한 카드사 간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신규 고객 유치, 앱 이용 고객 확대 등에는 모집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니만큼 인지도, 평판 등의 상승을 고려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에 나서는 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