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ESG 경영 선도 역할 해낼까

2050탄소중립 선언 불과 이틀뒤에 정부는 공공기관의 공시대상에 ESG항목을 추가하도록 했다. 경영평가와 ESG가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공공기관의 ESG경영은 국제적인 의무화나 규범화와는 또 다른 맥락의 필수 현안이 되고있다.
[한경ESG] 칼럼
최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ESG 대응 전략 웨비나에 500명 이상이 참가했다. 웬만한 행사에서 보기 어려울 만큼 대성황을 이룬 것은 물론, 하루 종일 진행된 행사 내내 화면을 채운 참가자들의 태도는 무척 진지해 보였다. ESG가 공공기관 최대 현안 중 하나라는 방증일 것이다.사실, 전 세계 경영계를 강타한 ESG 열풍의 직접적 영향은 상장사와 일반 기업에 집중된다. 투자를 유치하고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기업에 공시나 지속 가능 보고서, 평가 등을 수반한 ESG 경영은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다. 설립 목적에서 공익성을 전제하는 대부분의 공공기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발전사 등 에너지 공기업은 사업 방향의 재검토와 국제적 탄소중립 의무의 중심에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말 미국 국제금융공사의 석탄 관련 퇴출 대상 기업 리스트에 오르고 다국적 활동 연기금으로부터 투자 회수 통보를 받는 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3여 년간 ESG 핵심 내용을 평가받아온 대부분 준정부 기관과 기타 공공기관 그리고 1000여 개의 지방 공기업까지 각종 설명회나 세미나장을 찾는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정부의 ESG 정책 방향이 공공기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 평가와 ESG가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공공기관의 ESG 경영은 국제적 의무화나 규범화와는 또 다른 맥락의 필수 현안이 되고 있다. 기관장의 진퇴나 성과급이 평가 등급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평가 기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국 1500여 개의 공공기관이다.정부의 잇따른 ESG 정책 발표를 보면 공공기관의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는 지난 8월 26일 관계 부처 합동 발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ESG 인프라 확충 방안’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공공기관에 ESG 경영을 선도하는 실행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공기업 준정부 기관의 사회적 가치 구현 배점을 얼마나 높일지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지방 공기업에 대해서는 35점에서 38점까지 높이기로 확정했다.

공공기관에 ESG 경영을 당장의 현안으로 만든 정부의 방침은 사실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3월 2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선언’ 발표를 하고 불과 이틀 후 공공기관의 공시 대상에 ESG 항목을 추가하도록 했다. 녹색 제품 구매 실적과 물 에너지 사용량 등 온실가스 감축 실적, 가족 돌봄 휴직, 봉사 기부 실적 등이 추가 대상이다.

지난 4월에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직 윤리 강화를 최우선으로 하고 주택자금, 학자금, 보육비 지급 실태 등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6월 경영 평가 발표 때 윤리 경영의 배점을 늘리겠다고 밝힌 뒤 9월 1일 기존 3점에서 5점으로 높이고 ‘중대 위반 시 0점 처리’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잇따른 정책에서 정부는 E와 S, G 중 거버넌스 부문에 대한 집중적 강화를 분명히 한 것이다.거버넌스의 핵심은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 및 윤리·투명 경영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거버넌스 규정은 엄연히 한계가 있다.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에서 정부의 직간접적 영향이 계속되는 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차적으로 ESG 경영 확산과 투자 활성화 그리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대책을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다. 공공기관에 ESG 경영의 선도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국제적 규정의 조화를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지 주목된다.

이종재 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