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박정천 화려한복귀…차수 강등됐다가 '권력핵심' 상무위원으로(종합)

'중대사건' 문책 땐 울먹이는 모습 포착도…'해임' 리병철과는 다른 길
56세 림광일 軍총참모장·'젊은 소장파' 상징 장정남 사회안전상…세대교체 이어가
북한군 '넘버2'였던 박정천이 계급 강등 뒤 약 두 달여만에 권력 핵심그룹에 해당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공보를 통해 박정천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통치 체제의 북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은 권력 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들만 맡는 핵심 직책으로, 현재는 김정은 총비서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총리로 구성돼 있다.

지난 6월 말 김 총비서의 신임을 받던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돌연 실각한 이후 공석이 된 상무위원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를 놓고 관심이 쏠렸지만, 박정천의 승진을 점치는 사람은 적었다. 박정천 역시 지난 6월에 리병철과 함께 질책당하며 군 계급이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6월 29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문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간부혁명'을 외치며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조선중앙TV에는 리병철과 박정천이 거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특히 박정천은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2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리병철과 박정천은 정치국 위원들이 자리한 주석단에 앉지 못하고 방청석으로 밀려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정천은 이번 인사로 명실상부 '군 서열 1위'이자 북한의 핵심 권력 5인방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반면 원래 군 서열 1위였던 리병철은 현재 정확한 보직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상무위원에서 해임됐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도 유지하고 있을지 미지수다.

이후 행사에서는 인민복 아니면 양복 차림으로 등장해 군 계급도 가늠하기 어렵다.

국가정보원이 "리병철 당 비서는 상무위에서 탈락하고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신임 군수공업부장으로 유진이 선출되면서 리병철의 직책은 한층 묘연한 상황이다.

리병철은 김정은의 총애를 받으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던 인물이다.

2016년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시험발사 당시 김 총비서와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친밀한 사이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비서 등 요직을 연이어 꿰차고 군 계급도 유례없이 '차수'를 거치지 않고 '원수'로 진급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과거가 무색하게 현재는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 숙청당하지 않았다는 정도만 확인되고 있다.

김 총비서는 당시 "일하는 흉내만 낼뿐 진심으로 나라와 인민을 걱정하지 않고 자리 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가 절대로 없다"며 고위 간부에 대해서도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리병철을 본보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 총참모장에 오른 림광일은 2016년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을 거쳐 지난해 정찰총국장을 지냈고 올 1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서해 최전방 장재도방어대·무도영웅방어대 시찰, 연평도·백령도의 타격과 관련한 포병부대 실탄 사격훈련 지도 등에 동행하며 급부상했다.

2015년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였던 이철우 의원에 따르면 림광일은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 제2전투훈련국장으로 매설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전 직후 림광일은 작전국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1월 작전총국장을 맡았다.

정치국 후보위원인 림광일이 총참모장이 됨에 따라 군 서열은 정치국 위원인 권영진이 맡은 총정치국장이 다시 앞서게 됐다.

림광일은 1965년생으로, 불과 50대 중반의 나이에 남쪽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 자리에 앉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북한에서 50대가 군 수뇌부에 오르는 것이 드문 일이다.

남측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으로 새로 임명된 장정남도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2013년 당시 김격식의 뒤를 이어 인민무력부장(현 국방상)에 올랐을 때 50대 초반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김정은 시대 군 수뇌부 세대교체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이런 인사는 김정은 집권 이후 줄곧 진행됐던 당·군·정 수뇌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