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이 '돈 안 되는' 수소에 올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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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사회, 수익 문제 아냐…기후변화 해법 찾아야"
"미래 세대가 기후변화 막으려 뭘 했느냐 물을 것"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입니다."'돈도 안 되는 수소 사업에 열중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이같이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7일 수소 역량과 비전을 제시하는 글로벌 온라인 행사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개최했다. 이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수소의 효용성을 묻는 질문에 정 회장은 "세계는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저장성 등 신재생에너지의 제약을 극복하는 해결책이 수소"라고 설명했다.그는 "수소 없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지구 환경위기 해결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수소라는 단언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 모두발언에서도 수차례 기후변화 문제를 지적하며 "지금 이 순간이 수소사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일 수 있다.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역설했다.정 회장의 신념은 지난 7월 방미 당시 미국 주요 인사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수소는 사업 난이도도 있고,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뚫고 나가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 딸 세대가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아버지 세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볼 것 같다"며 "난관이 있더라도 우리 세대는 역할을 하고 반드시 극복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실제로 현대차그룹은 1998년 일찌감치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구성한 뒤 2000년 미국 시장에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공개했다. 이후 세계적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확보해 승용과 상용차 모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시대를 열었다.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통해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수소비전 2040'도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수소 에너지 보급은 특정 회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꾸준히 수소 에너지를 글로벌 의제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간 중 설립된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에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각국 정부와 협업을 통해 수소 활용을 늘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수소위원회에는 당시 13개 기업이 가입했다. 2019년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으로 취임하면서는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 협력하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그해 일본 나가노현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는 수소경제가 미래 성공적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라고 역설했고, 2020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주요국 정상을 포함한 글로벌 리더들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대응을 논의했다.
해외 정부 관계자들에게 넥쏘의 자율주행 기능을 직접 선보이고 넥쏘가 정화한 공기를 마셔 보이는 등 수소를 글로벌 정상 아젠다로 설정하는 데 앞장섰다.국내 수소 관련 대표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수소기업협의체’ 산파역도 맡았다. 8일 공식 출범하는 수소기업협의체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여한다.수소사회를 조기에 구현해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주자는 것이 정 회장의 주장.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준비하며 "미래 세대가 와서 관심있게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어린이들도 수소의 무한한 잠재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수소 캐릭터를 만들고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변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7일 간담회에서 정 회장은 "수소 에너지가 상용차, 열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친환경 발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 좋겠다"며 "누구나, 어디에나 수소를 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