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세 인상은 경제 항복 선언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Kimberley A. Strassel < WSJ 칼럼니스트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굴욕적인 군사 항복을 선언했다. 아프간에서 미군은 완전히 철수했다. 그런데 바이든은 중국과 같은 주요 경쟁국에 경제적인 항복도 하려는 것 같다.

미 하원은 5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법인세 인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큰 틀을 짜놨다. 법인세 인상은 외국 기업에는 선물로, 미국에는 자기 파괴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미국은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춰 왔다.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던 35%에 이르는 법인세율을 내렸다.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기업 활동을 해서 세금을 내고, 벌어들인 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또 세금을 부과하는 후진적인 세법도 폐지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미국을 위한 개혁이었다.

에너지 업체 혜택도 줄여

효과는 나타났다.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1조6000억달러(약 1852조원)가 미국으로 다시 유입됐다.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기업들이 외국으로 도망갔던 일을 기억하는가. 세법이 개정된 이후 주요 기업의 해외 도피는 거의 없었다. 미국이 세제를 개혁한 이후 최소 10개국이 뒤따라 법인세율을 낮췄다.

왜 이런 성공을 파괴하려고 하는가. 바이든 행정부의 초거대 예산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기업을 약탈하려고 한다. 미국 기업을 쇠약하게 만들고 중국 등 경쟁 기업에 도움이 되더라도 말이다. 바이든은 현행 법인세율 21%를 다시 올려 28%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결합 법인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가장 높은 32.34%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경쟁력을 해치고 투자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바이든은 미국 에너지 업계와의 전쟁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핵심인 석유·가스업체 등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공제 혜택을 통해 기업들은 이제껏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미국이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을 포함한 외국 경쟁자들에 다시 에너지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는 신호다.

소비자에게 세금 전가될 것

경제학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논리가 하나 있다. 기업은 법인세가 인상되면 근로자 소비자 주주에게 이를 전가한다는 것이다. 조세공동위원회는 지난달 법인세 인상이 납세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법인세율을 25%까지 올리면 10년 내 미국에서 1억7200만여 명의 납세자가 세금을 더 납부하게 된다. 이 중 98.4%는 연소득 50만달러 미만이다.법인세 인상은 미국의 경쟁력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민주당이 왜 조용한 8월 휴회에서 세부사항을 마무리하려 했는지를 설명한다.

민주당은 이달 의회를 통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싶어 할 것이다. 미국 시민들이 법인세 인상이 단순 세금 공정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에 말이다. 바이든은 백악관에서 백기를 흔들며 경제 항복 선언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Biden’s Second Surrende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