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장벽' 허문 눈송이, IBM 시총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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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목탐구 - 스노플레이크슈퍼볼 경기가 열리는 날은 미국 전역에서 피자헛 직원들이 가장 바쁜 날이다. 매년 슈퍼볼을 앞두고 피자헛 본사 데이터 서비스팀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피자 주문이 밀려들면서 쌓이는 데이터가 평상시의 세 배에 달했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점이었다.슈퍼볼만을 위해 자체 서버를 새로 구축하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였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창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노플레이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배경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정보에서부터 주문하는 피자 종류, 배달 시간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머신러닝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주문 상황은 물론 앞으로의 주문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파이잘 케이피 피자헛 데이터서비스팀 시니어 매니저는 “스노플레이크 데이터 장터에서 내려받은 지역별 날씨 정보를 접목해 날씨와 피자 주문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다”며 “날씨에 특화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아마존·구글 클라우드 데이터
한 곳에 통합해서 쓸 순 없을까?
작년 상장…버핏도 투자 화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펩시코 등 고객사만 5000곳
‘데이터 장벽’을 허물자
2012년 설립돼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스노플레이크는 기업들에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창고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상장 당시 워런 버핏도 투자해 화제가 됐다. 기술주와 공모주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 버핏이 스노플레이크 공모주에 투자했다는 소식에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진짜 유니콘을 보는 것보다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과거 기업들은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저장했다. 보안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엔 데이터양이 너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클라우드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늘어난 데이터를 탄력적으로 저장하고 빠르게 분석하기 위해 스노플레이크 같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창고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기존에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던 기업들도 스노플레이크의 문을 두드렸다. 스노플레이크를 활용하면 ‘데이터 장벽(data silo)’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펩시코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음료를 판매한다. 지역별, 부서별로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어 세계의 고객 및 구매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스노플레이크는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서로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끌어와 이를 통합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북미 지역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와 아시아 지역 MS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스노플레이크의 고객사는 5000개에 달한다. 마이크론, 펩시코, 언더아머, 블랙록, 도어대시 등 제조, 유통, 금융, 스타트업까지 다양하다. 스노플레이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 풀을 늘려 ‘데이터 공유 플랫폼(data marketplace)’ 역할을 하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일한 단점은 고평가된 주가”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은 “스노플레이크의 유일한 단점은 주가”라고 평가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억9205만달러.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영업손실은 5억4394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주가가 공모가(120달러)의 세 배가 넘는 39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110년 역사의 IBM 시가총액을 제치기도 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11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IBM의 지난해 매출은 약 736억달러, 영업이익은 69억달러였다. 설립된 지 8년 된 적자 회사가 매출 100배 규모인 전통 강호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면서 기술주 거품 논란도 일었다. 10년 후 매출까지 끌어와 투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조정을 거쳐 지난 3일 기준 주가는 310달러, 주가매출비율(PSR)은 109.59배다.
회사 측은 2029년까지 매출을 10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회사가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다”고 평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