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경쟁하고 콘서트 열고…요즘 통신사 얘기입니다

40조 구독시장 정조준한 SKT
론칭 일주일새 15만 가입자

콘서트 제작·송출 도맡은 LG유플러스
자사 아이돌 플랫폼 U+아이돌Live에 단독 공급

5G로 수익 났다지만…ARPU는 여전히 정체
5G 요금제 인하 압박 또한 부담…"탈통신 기조 강화될 것"
사진=연합뉴스
"구독서비스로 11번가 해외직구 거래액 3.5배 증가" (SK텔레콤)
"일본 통신사와 함께 K팝 콘서트 공동 제작·송출" (LG유플러스)
요즘 통신사들의 행보다. 종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통신이 본업인 회사지만 구독서비스도 출시하고 콘서트도 연다. 이같은 이동통신사의 신사업 시도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라 성장이 정체된 통신 사업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통신사들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LG유플러스·KT는 통신 사업이 아닌 구독사업이나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SKT 'T우주', LGU+'구독콕'...40조 구독 시장 정조준

최근 통신사들이 발빠르게 대응하는 사업은 구독서비스다. 일정액을 내면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유통 서비스인데 발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40조 시장을 정조준한 셈이다.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같은 이종(異種) 산업도 구독서비스 공략에 박차를 가한 상황이라 만만찮은 경쟁을 벌여야 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새로운 구독서비스 'T우주'를 출시했다. T우주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해외 직구 무료배송을 킬러콘텐츠로 삼았다. T우주는 이커머스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다는 면에서 네이버 플러스멤버십, 쿠팡 와우 등과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LG유플러스는 멤버십 구독서비스인 '구독콕'을 선보였다. 구독콕은 VIP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제휴 혜택 중 한 가지를 매월 구독 형태로 무료 이용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던킨, 쏘카 등과 제휴를 맺었다.
사진=SKT

넷플릭스처럼...이통사도 '자체 콘텐츠' 제작

콘텐츠 사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처럼 통신사도 자체 생산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는 분위기다.LG유플러스는 이달 17일 일본 이동통신사 KDDI와 온라인 K팝 콘서트를 공동으로 제작·송출한다. 한일 이통사가 협업하는 비대면 공연은 국내 최초다.

LG유플러스는 이 콘텐츠를 자사 아이돌 콘텐츠 플랫폼 'U+아이돌Live'에서 단독 중계할 예정이다. U+아이돌Live는 올 3월 기준 누적시청 시간이 4000만분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있는 LG유플러스의 대표 콘텐츠 플랫폼이다. LG유플러스가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만 3만여개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웨이브는 올해 4월 '스튜디오 웨이브'를 설립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국 콘텐츠 수요층 흡수를 위해 HBO 콘텐츠도 단독 공급하고 있다. 웨이브는 올해 6월 기준 월 방문자수 390만명을 기록했다.KT 역시 자사 OTT '시즌'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기획부터 배급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미디어 밸류체인을 준비 중이다. 체제 정비 후 콘텐츠를 확보해 '시즌' 규모를 키운다는 복안이다.
사진=LG유플러스

5G로 잘나간다더니...신사업 진출하는 이유는?

통신사들이 통신과 무관한 신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선사업의 정체 탓이다.

이동통신사가 5G(5세대 이동통신)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무선사업 성장 지표인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는 여전히 정체돼있는 상황이다. ARPU는 이통사의 이동통신 수익을 가입자 수로 나눈 수치로 통신사의 주요 이익지표다.

SK텔레콤의 올해 2분기 ARPU는 3만446원으로 전년동기 3만158원 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올해 2만8044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2만9180원보다 3.9% 하락했다. KT의 경우 3만2342원으로 3.0% 수준 상승했지만, 역시 성장폭은 크지 않다.

5G 통신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5G 요금제 인하 압박 등도 통신사로서는 부담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점도 통신사가 통신 사업 외에 신사업을 발굴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박정호 사장이 여러 차례 SK텔레콤은 통신사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라고 강조해온 것 또한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인적 분할을 통해 오는 11월 신설투자회사 'SK스퀘어'를 별도 출범시키기로 했다.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통신 사업은 정체된 지 오래다. 이동통신사들의 비통신 사업 기조는 한동안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