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감염 6곳에 '경고' 조치…"특정 개인 아니라 모두에 책임"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지난 7월 아프리카 해역에서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6개 기관 및 부서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다만 이번 사태가 특정 개개인의 잘못에서 야기된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부서) 모두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결론냈다.

국방부는 8일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평화협력과 △인사복지실 보건정책과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 해외파병과 △해군본부 의무실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 △청해부대 34진에 각각 경고 조치했다. 또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기관들에 '보다 엄격한 방역대책'을 마련하라도 요구했다.

軍 최상부 보고 좀 더 빨랐어야

청해부대 34진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시점(2월26일) 이전인 2월8일에 출항한 미접종 상태에서 임무에 파견됐다. 6월 28일부터 7월1일까지 아프리카 인근 작전지역과 인접한 모 항구에 기항했고, 7월 2일 첫번째 증상자가 나왔다. 청해부대는 사흘 뒤인 5일부터 취침시 마스크 착용이나 식당 내 비말차단막 설치 등 거리두기 지침을 시행했다. 그리고 10일에야 청해부대장이 합동참모본부 해외파병과장에게 "다수의 감기 환자가 발생했다"고 최초 보고했다. 당시 이 보고는 군사지원본부장까지만 올라갔다.

국방부는 감사 결과 "합동참모본부의 보고체계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방부는 "합참본부가 감기라는 청해부대의 판단을 신뢰해 종결처리한 것인데, 병력에 관련된 사항이고 전 세계적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면 바로 합참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은 7월14일 밤 늦게야 보고받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도선사 관리 등 방역지침 준수 일부 미흡

국방부는 문무대왕함에서 발생한 초기 증상자들의 경우 부대 내 군의관들이 흉부 X레이를 촬영해 살펴봤지만 명확한 폐렴 증상을 발견할 수 없어 코로나19로 판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첫 증상자 발생 이후 함내 강력한 거리두기 등 조치는 적절했다고 봤다.

다만 청해부대장이 승조원들에게 기항지에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시했는데도 일부 인원은 마스크 사용 등에 있어 방역지침 준수가 다소 미흡한 사실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무엇보다 주요 직위자들과의 면담이나 CCTV 영상을 통해 살펴 본 결과, 도선사의 승·하함 시 방호복 착용 실태가 기항지별로 제각각이었다고 지적했다. 도선사는 항만이나 강, 하구 등 일정한 도선구에서 배에 탑승해 배를 안전하게 이동·정박하도록 도와주는 전문인력이다. 도선사가 배에 오르면 배의 조종 권한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청해부대 34진의 경우 임무기간 동안 수 차례 현지인 도선사들이 승함했는데도 일부 도선사만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부는 방호복을 거부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실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현지 도선사 없이는 항구에 적시에 입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도선사의 예방접종 실태도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라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도선사와 직접 접촉한 청해부대의 의무·인솔요원들은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였다고 한다.일각에서 제기된 기항지에서의 승조원들의 일탈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국방부는 "일부 기항지에서 함정 근처에 약 100m×30m 가량의 펜스나 울타리를 치고, 외부인과 분리된 상태에서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선을 허용한 것은 확인했다"며 "이는 장병의 피로도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백신 접종 방안 수립, 아쉬워"

국방부는 지난 8월 중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 발생 당시, 까다로운 백신 보관·수송 조건과 현장의 부작용 대처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 접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후 청해부대 34진 승조원들의 백신 접종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보건정책과는 해외파병 중인 부대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검토하면서 오만 등 인접 국가에서 청해부대 34진의 백신 접종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어려웠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오만도 백신이 부족한 상태였던데다, 검역규정 상 한국에서 백신 반입도 쉽지 않다는 게 국방부의 얘기다.

그러나 감사팀은 "현지에서의 백신 접종 및 국내 백신 수송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백신 접종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당시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던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군본부 의무실이 구매해 놓고도 청해부대 34진이 적재하지 않은 '신속항원진단키트'의 경우 출항 이후라도 항공택배 발송 등 사후조치를 통해 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신속항체검사키트'에 비해 정확도가 높은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보유했더라면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