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은 결승선 없는 마라톤”

지난 9월 8일 열린 글로벌 ESG포럼은 각 기업 최고경영자와 ESG 전문가들이 모인 만남의 장이었다. 글로벌 중전기 기업 ABB와 프랑스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전문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참석해 ESG 경영 전략과 실행 경험을 나눴다. 국민연금은 ESG 통합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한경ESG] 글로벌 ESG 포럼
ESG클럽자문회의 기념촬영. /김기남 기자
2021 글로벌 ESG 포럼에서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한국경제신문과 코엑스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PCO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후원한 ‘글로벌 ESG 포럼 2021’이 9월 8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Navigating the Next Steps to ESG’를 주제로 대한민국 지속 가능 발전을 주도하는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ESG 전문가들이 모인 만남의 장이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행사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운영됐다. 포럼은 CEO 라운드테이블, 기조연설, 주제 발표 및 패널 토의, 국내 케이스스터디, 글로벌 케이스스터디, DEEP INSIDE, BEYOND ESG 등으로 구성됐다. 포럼 내용은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환영사에서 “ESG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주요 기업 이사회에 예외 없이 ESG 위원회가 설치됐고, 약 200조원이 ESG 경영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ESG 포럼에서는 글로벌 리딩 기업의 성공 사례, 시행착오 분석과 해외 ESG 트렌드 분석, 한국형 ESG 경영에 대한 연구 및 동향 등을 폭넓게 다루며 ESG를 준비하는 모든 기업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전 세계를 꿰뚫는 ESG 트렌드를 짚어낼 수 있는 글로벌 ESG 포럼은 매년 더 나은 콘텐츠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테오도르 스웨데마르크 ABB 최고 커뮤니케이션 및 지속가능성 책임자/김기남 기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도하다

본격적인 포럼은 테오도르 스웨데마르크 ABB 최고 커뮤니케이션 및 지속 가능성 책임자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연설 주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도하다’로 ABB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ESG에 대한 소개로 진행됐다. ABB는 현재 세일즈부터 마케팅, 제조, 어셈블링, 엔지니어링, 판매와 서비스까지 한국 시장의 전체적 밸류체인에 진출한 글로벌 기술 기업이다.

스웨데마르크 책임자는 “ABB의 지속 가능성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특히 전기화, 자동화, 로봇 자동화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을 통해 에너지 소비 및 탄소배출량 감축을 달성하며 전 세계 에너지 산업 전환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ABB는 지난해 2030 지속 가능성 전략을 발표하고 전체 밸류체인 관리에 나섰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3년 대비 절반으로 감축하며 2030년까지 달성할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다. 세부적으로는 1만 대의 차량 전기차로 교체,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모든 사업장에 에너지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이 실천 계획으로 언급됐다. ABB는 이미 전기, 해양, 에너지,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 순환성의 내재화와 포용력 있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성을 달성하며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ABB는 투명하고 구속력 있는 기업 내 행동 강령을 통해 이러한 내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ABB의 한국법인은 무재해 기록 7000일을 기록하고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부산항만공사에서 선보일 최초의 전기 여객선에 전기 및 전력 추진 솔루션을 공급하고, 한국에 진출한 스웨덴 기관 및 주한 스웨덴 기업과 함께 녹색전환연합을 출범하는 등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스웨데마르크 책임자는 “한국은 우리의 중요한 공급망 중 하나로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과 성공적 녹색 전환을 위한 미래를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ABB는 ESG 활동의 일환으로 2022년 ABB 포뮬러 E월드 챔피언십을 서울에서 개최한다.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결승전으로 지속 가능성 실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변화를 고취시키기 위한 경기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올리비아 블럼 슈나이더 본사 책임자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탄소배출 감축, 공급사 관리 중요”

올리비에 블룸 슈나이더 일렉트릭 전략 및 지속 가능성 부문 최고 책임자가 ‘기대하는 것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이어갔다. 블룸 책임자는 기업이 어떻게, 왜 스코프(scope)를 넘어서야 하는지를 세부 주제로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방향성을 제시했다.

블룸 책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다. 파리기후협약이 지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0기가톤의 탄소배출 저감을 달성해야 하는데, 현재 수준과 목표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나이더는 탄소배출량이 큰 에너지 산업 분야의 전환을 위해 힘쓰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제품 개발이나 전기가 보급되지 않거나 전력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구 20억을 돕기 위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블룸 책임자는 “한쪽으로는 에너지 소비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전 세계 전력 그리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은 스코프 관리가 중요하다. 슈나이더는 상위 1000개 공급사를 대상으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50%를 감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모든 부품의 50%를 친환경 재료로 조달하는 목표도 세웠다. 동시에 운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각 지역 생태계와 연계해 모든 공급사와 상생하는 단계별 스코프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이슈는 다양성이다. 슈나이더는 이 부분에서 벤치마크할 수 있는 대표적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뢰 생태계와 동등한 기회를 주는 환경의 구축을 통해 다양성을 표방하는 슈나이더는 2025년까지 진출한 모든 국가에서 해당국이 제공하는 최저 수준 이상의 임금을 제공하고, 양질의 고용 계약 규정 준수를 목표로 세웠다. 또 젠더 다양성 확보를 위해 경영위원회의 젠더 균형을 달성하고 2025년까지 신입 직원 대상 젠더 균형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코퍼레이트 나이트 경제 전문지는 슈나이더를 ‘가장 지속 가능한 회사’로 선정했다. 블룸 책임자는 “슈나이더는 기후, 자원, 신뢰, 동등한 기회, 세대 그리고 로컬 공약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적 접근을 이어가려 한다. 2021년 상반기 각국 법인은 전사 지속 가능성 전략을 기본으로 자체 계획과 매트릭스를 세웠다. 글로벌 공약을 한 축으로 두고 전사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로컬과의 결합은 슈나이더의 차별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성은 결승선 없는 마라톤과도 같다. 지속적으로 목표를 높이고 혁신하며 부정적 임팩트는 줄이고 긍정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면 지속성은 위협이 아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기금이 ESG와 관련해 책임투자 체계를 개선하고 있으며, 국내 주식에 한해 실시 중인 ESG 통합 투자를 해외 주식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세계적으로 글로벌 책임투자 자산 규모는 지난해 3월 기준 103.4조 달러로 확대되고 있다”며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서명기관도 3038개로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834조원, 현재 900조원으로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정책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금융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해외 주식도 ESG 통합 투자

그의 말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주식에 대해 재무적 요인과 함께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하는 ESG 통합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일정 요건이 되지 않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올해 국내 주식 직접 운용에서 ESG 통합 전략을 강화했고, 앞으로 국내 주식에서 국내 채권 및 해외 주식·채권으로 통합 전략 적용 자산군을 확대해 전체 자산의 50%를 초과하는 수준에서 ESG 통합 전략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투자를 위해 국민연금은 기업에 대한 ESG 정기 평가를 1년에 2회 시행, 투자에서 종합적으로 ESG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신규 종목을 투자에 편입할 때 ESG 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벤치마크 대비해 초과 편입된 종목이 하위 등급(6개 등급 중 C, D)인 경우 별도로 점검하게 하고, D등급은 초과 편입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선별 투자의 경우 ‘탈석탄 선언’ 이후 석탄 채굴과 발전 사업에 대해 투자 제한 전략을 도입하기로 결정,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취득한 투자자산에 대한 관리로는 지분율 1% 혹은 보유 비중 0.5% 이상인 국내 및 해외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국내 기업은 주주활동(engagement)도 벌이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의 기준에 대해 세부 사항까지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 특히 중점 관리 사항은 5가지로 ▲기업의 배당 정책 수립 ▲임원 보수 한도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 훼손 혹은 주주 가치 침해 사안 ▲정기 ESG 평가 결과 하락 사안 등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109개 기업에 대해 225건의 주주 활동을 펼쳤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기존 국내 주식 ESG 평가 체계를 점검하고 신규 지표 추가 등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국내 주식에 대해 기존 지배구조 중심의 주주 활동을 환경 및 사회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말한 ESG 통합 전략의 해외 주식 적용 확대를 위해 그는 “올해 말부터 통합 전략 지침을 만들어 해외 주식이나 해외 채권에도 단계적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며 “런던, 미국, 싱가포르 등 국민연금의 해외 사무소에 인력을 더 파견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에 대해 ESG 중점 관리 사안을 선정하고 수탁자 책임 활동도 강화하며, 자본시장 책임투자 활성화도 실시한다. 그는 “자본시장에서의 책임투자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해 위탁운용사를 신규 선정할 때 책임투자 정책이 있는지 보고 가점을 부여하며,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을 필수화해 자금 위탁 회사의 책임투자 방향을 살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 (CIO),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그린워싱, 데이터에 답이 있다

발표가 끝난 뒤 패널 토론자로 나선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SG와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이 CIO는 “최근 내부적으로 ESG Q&A 질문지를 따로 만들고, 기업과 논의하며 기업 탐방의 한 부분을 ESG로 할애하게 됐다”라며 “기존 ESG 평가 기관과 달리 ESG 등급이 높지는 않지만, 개선되는 기업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CIO는 “ESG가 개선되는 기업은 주로 환경(E)과 지배구조(G) 측면이 많다”며 “글로벌로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가 가장 점수가 떨어지는 것이 G인데, 배당에 대해 특히 소극적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 성향이 20%대인 데 반해 선진국은 40%, 4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S&P 500 기업이 주가수익비율(PER)이 15~16배 수준인데, 우리나라처럼 7~8배였다가 올라간 결정적 계기가 배당이었다”라며 “주주 환원에 대한 마인드가 생기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평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ESG와 관련해 투자 리스트가 변화할 것으로 본다”며 “첫 번째는 UN의 시나리오대로 보면 탄소포집 기술이 최대 20%까지 기여해야 하는데 이 기술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확보될지 살펴야 하고, 두 번째로는 ESG 투자가 상장 주식에서 채권 분야, 대체투자나 사모펀드 등으로 자산군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임팩트 투자의 경우 예전에는 극소수 투자자들의 리그였다면 이제는 전통적 사모펀드나 벤처 캐피털이 맞물려 임팩트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 번째는 소셜로, 기후변화와 환경 외에도 일터의 다양성에 대해 기업 관여를 하겠다고 표방하거나, 불평등 및 차별에 대해 언급하며 사회 분야의 분류 체계인 소셜 택소노미가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예전에는 이산화탄소만 신경 썼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보고서에서 보듯 메탄 등 기타 온실가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이 그린워싱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두 패널은 공통적으로 ‘데이터’에 답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CIO는 “데이터가 시계열적으로 쌓이면 이 기업이 이미지만 만들어놓고 시행을 하는지, 안 하는지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2~3년 정도 데이터가 쌓여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포착하기는 쉽지 않지만 데이터를 쌓으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윤 센터장도 “무엇보다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고, 지표가 얼마나 잘 표준화되고 공시되느냐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이슈를 다룰 수 있는 G가 바탕이 되어 있는지, 경영 의사 활동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장치를 공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