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 '900km 시대' 열리나…삼성SDI 개발중 배터리 선보여

제8회 국제전기차엑스포…전고체 배터리 눈길
8일 찾은 제 8회 국제전기차엑스포 삼성SDI 부스. 삼성SDI가 전기차용 배터리셀 기술 로드맵을 제시했다. 사진=신현아 기자
삼성SDI가 전날부터 오는 10일까지 나흘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참여해 다양한 전기차 배터리 라인업을 선보였다. 특히 개발중인 차세대 2차전지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여 향후 전기차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것이란 기대감을 모았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에서 올해 말 5세대 배터리를 비롯해 2023년 6세대, 2025년 7세대, 2027년 8세대 배터리를 내놓을 것이라며 자체 로드맵을 소개했다. 7세대까지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유지하고 8세대부터는 차세대 2차전지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여 포스트리튬이온 시대를 열겠다는 게 삼성SDI의 구상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상태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이온배터리를 고체화한 배터리라고 보면 된다. 액체 전해질의 리튬이온배터리보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외부 충격, 배터리 팽창 등 배터리 손상에 따른 화재·폭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현장 전시 담당 삼성SDI 관계자는 "시제품(프로토타입) 실험에서 150도에 끓여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칼로 잘라도 터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충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어 리튬이온배터리를 이을 차세대 2차전지로 주목받는다. 대용량 구현이 가능해 주행거리 측면에서의 경쟁력도 갖췄다. 다만 고체 특성상 전도성이 낮아 효율은 다소 떨어지고 가격이 높다는 게 문제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8세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900km 이상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급속 충전은 관련해서는 연구 중이다. 에너지가 빠르게 투입되는 만큼 안전, 충전 속도 등이 모두 균형을 이뤄야 하는 만큼 개발 난이도가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SDI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사진=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앞서 중간 단계로 출시되는 게 6~7세대 배터리다. 모두 리튬이온배터리이나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한 삼성SDI의 독자기술인 '실리콘 탄소 나노복합체(SCN)'를 적용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가 가진 취약점을 극복한 점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Gen5' 5세대 배터리에도 투입되나 2023년 예정된 6세대 이후 모델과는 실리콘 함량에 차이가 있다. 주로 사용하는 음극 소재인 흑연이 실리콘으로 대체되면 에너지 밀도가 무려 10%나 좋아진다. 주행거리, 충전시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실제 6세대 배터리의 경우 80% 충전까지 단 15분이면 된다. 실제 10분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삼성SDI 측은 설명했다. 주행거리는 700km 수준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피가 팽창하는 등 구조적 안전성이 떨어지는 점은 실리콘 음극재의 한계다. 제조사들이 기존 흑연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을 늘리는 정도로 현재 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다. 실리콘 구조적 안정화는 배터리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음극재에 실리콘에 들어가게 되면 강성이 좋아지면서 내구성이 좋아진다"며 "급속 충전을 하면 에너지가 급하게 들어가고, 배터리가 이를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 실리콘이 이 부분을 어느정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점을 활용해 충전 시간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8일 찾은 제 8회 국제전기차엑스포 삼성SDI 부스. 삼성SDI가 전기차용 5세대 배터리 'Gen5'를 소개했다. 사진=신현아 기자
5세대 리튬이온배터리 'Gen5'는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중에서도 주행거리, 충전, 안전성을 모두 잡은 배터리로 평가받는다. 니켈 함량을 88%까지 높인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적용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620km까지 끌어올렸다. 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L당 670와트아워(Wh)다. 배터리 용량을 극대화하면서도 알루미늄 소재와 특수 코팅 기술을 더해 배터리 열화도 최소화했다. 20분 만에 80%까지 급속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접목해 충전 편의성도 잡았다.


Gen5는 연내 출시를 앞둔 BMW 순수 전기차 i4와 iX에 탑재된다. 앞서 BMW는 두 차량의 양산에 앞서 자체적으로 배터리셀 시제품을 생산해 각종 실험 및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삼성SDI는 2024년까지 생산 예정인 이들 차량의 배터리를 책임지게 된다. BMW 외 삼성SDI는 리비안과 스텔란티스와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BMW가 공격적인 전기차 전환을 예고하면서 기존 삼성SDI, 중국 CATL 등과의 공급 계약 규모를 늘린 수혜도 입었다. 이에 따른 공장 증설 가능성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주요 고객들로부터 수주를 확보해 향후 적극적인 증설이 예상되는데 이어 다른 고객들로부터 추가 수주 소식도 기대된다"며 "BMW는 Gen5 이후 Gen6 수주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현대차, 폭스바겐으로부터 추가 수주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와 관련 삼성SDI 관계자는 "BMW 등 현재 밝혀진 업체들 외 더 있지만 공개하긴 다소 어렵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추가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8일 찾은 제 8회 국제전기차엑스포 삼성SDI 부스. 디앤에이모터스 전기 스쿠터가 전시돼 있다. 사진=신현아 기자
4일간 진행되는 제 8회 국제전기차엑스포 삼성SDI 부스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BMW 745e가 전시됐다. 이 밖에 교체 가능한 삼성SDI의 배터리셀로 눈길을 끈 디앤에이모터스(옛 대림오토바이)의 전기 스쿠터도 나란히 모습을 비췄다.

제주=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