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의 몸으로 그린 풍경…"미술 밖에서 미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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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개인전 '바디스케이프' 개막 "화면 뒤에서 그리거나, 화면을 뒤에 놓고 그리는 사람은 회화사에 나밖에 없어요. "
화가라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온 정신을 집중해 붓질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이건용(79) 화백의 시선은 캔버스를 향하지 않는다.
그의 '신체 드로잉'은 손끝, 붓끝의 세밀한 터치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으로 완성된다.
그는 자신의 키만 한 캔버스 뒤에 서서 팔을 화면 앞쪽으로 넘겨 그린다. 팔이 닿는 부분까지만 위아래로 붓질을 해 화면을 채워간다.
화면을 등지거나 화면을 옆에 놓고 서서, 다리 사이 바닥에 놓고 선을 긋기도 한다.
온몸이나 어깨를 축으로 커다란 반원을 만들기도 한다. 키, 팔과 다리 길이 등에 따라 신체가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움직이며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통제한다.
때로는 손목과 팔꿈치를 부목으로 고정하기도 한다.
그는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신체를 제한한 가운데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연작이 '바디스케이프(Bodyscape)'이다.
제목처럼 신체의 풍경, 신체로 그린 풍경이다.
각 작품에는 연작을 처음 공개한 1976년을 뜻하는 '76'과 신체로 그리는 방법론을 구분하는 아홉 개의 번호, 제작연도가 붙는다.
'76-1-2021'은 캔버스 뒤에서 팔을 넘겨 그리는 1번 방식으로 올해 완성한 '바디스케이프' 작품을 의미한다.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8일 개막한 이건용 개인전 '바디스케이프'는 작가의 동명 연작을 폭넓게 선보인다.
아홉 가지 방법으로 그린 '바디스케이프' 신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실험미술 거장'으로 불리는 이건용은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위적 미술 활동을 펼쳤다.
화면에 작가가 움직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바디스케이프'를 그리는 행위도 하나의 강렬한 '퍼포먼스'였다.
동시에 전통적 의미의 회화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독창적인 시도였다.
화면을 보지 않거나 신체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이건용은 미술가로서 그리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성찰했다.
화가로서의 금욕적 시도는 1970년대 군부독재 시절을 지나온 작가의 역설적 자기표현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건용은 "'바디스페이프'는 회화를 회화 밖에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선은 화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그림 안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회화란 신체와 평면, 재료가 만나 생기는 현상이며, 그린다는 것은 신체의 자연스러운 구조와 작용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건용은 목사였던 아버지의 책 1만여 권을 어린 시절부터 접하며 일찌감치 동서양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홍익대 미대 입학시험 당시 미술학원에서 배운 대로 아폴로를 정면에서 그리는 대부분 학생과 달리 석고상의 뒤통수를 그렸던 그는 미술가가 되고 나서도 기존 문법을 혁파하는 길을 걸어왔다.
그는 "나는 미술 바깥에서 미술을 봤다"라며 "오늘날 우리 정치도 마찬가지다.
자기들끼리 권력을 잡으려고 싸우지 말고 바깥에서 보면 국민도, 어려운 사람들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미술이 자기중심적으로 나가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단절되는데 내 작품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라며 "그래서 형편없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처럼 서로 이해하는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연합뉴스
화가라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온 정신을 집중해 붓질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이건용(79) 화백의 시선은 캔버스를 향하지 않는다.
그의 '신체 드로잉'은 손끝, 붓끝의 세밀한 터치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으로 완성된다.
그는 자신의 키만 한 캔버스 뒤에 서서 팔을 화면 앞쪽으로 넘겨 그린다. 팔이 닿는 부분까지만 위아래로 붓질을 해 화면을 채워간다.
화면을 등지거나 화면을 옆에 놓고 서서, 다리 사이 바닥에 놓고 선을 긋기도 한다.
온몸이나 어깨를 축으로 커다란 반원을 만들기도 한다. 키, 팔과 다리 길이 등에 따라 신체가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움직이며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통제한다.
때로는 손목과 팔꿈치를 부목으로 고정하기도 한다.
그는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신체를 제한한 가운데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연작이 '바디스케이프(Bodyscape)'이다.
제목처럼 신체의 풍경, 신체로 그린 풍경이다.
각 작품에는 연작을 처음 공개한 1976년을 뜻하는 '76'과 신체로 그리는 방법론을 구분하는 아홉 개의 번호, 제작연도가 붙는다.
'76-1-2021'은 캔버스 뒤에서 팔을 넘겨 그리는 1번 방식으로 올해 완성한 '바디스케이프' 작품을 의미한다.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8일 개막한 이건용 개인전 '바디스케이프'는 작가의 동명 연작을 폭넓게 선보인다.
아홉 가지 방법으로 그린 '바디스케이프' 신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실험미술 거장'으로 불리는 이건용은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위적 미술 활동을 펼쳤다.
화면에 작가가 움직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바디스케이프'를 그리는 행위도 하나의 강렬한 '퍼포먼스'였다.
동시에 전통적 의미의 회화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독창적인 시도였다.
화면을 보지 않거나 신체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이건용은 미술가로서 그리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성찰했다.
화가로서의 금욕적 시도는 1970년대 군부독재 시절을 지나온 작가의 역설적 자기표현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건용은 "'바디스페이프'는 회화를 회화 밖에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선은 화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그림 안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회화란 신체와 평면, 재료가 만나 생기는 현상이며, 그린다는 것은 신체의 자연스러운 구조와 작용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건용은 목사였던 아버지의 책 1만여 권을 어린 시절부터 접하며 일찌감치 동서양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홍익대 미대 입학시험 당시 미술학원에서 배운 대로 아폴로를 정면에서 그리는 대부분 학생과 달리 석고상의 뒤통수를 그렸던 그는 미술가가 되고 나서도 기존 문법을 혁파하는 길을 걸어왔다.
그는 "나는 미술 바깥에서 미술을 봤다"라며 "오늘날 우리 정치도 마찬가지다.
자기들끼리 권력을 잡으려고 싸우지 말고 바깥에서 보면 국민도, 어려운 사람들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미술이 자기중심적으로 나가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단절되는데 내 작품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라며 "그래서 형편없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처럼 서로 이해하는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