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당하다" 신조어까지…이러다 '카카오 방지법' 생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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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118개' 덩치 확 키운 카카오에 제동여당발(發) ‘카카오 쇼크’다.
"고강도 국감·입법 추진" 여당 주도 규제 움직임
'타다 금지법' '구글 갑질 방지법' 카카오판 나오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박완주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학영 위원장(민주당)까지 콕 집어 카카오를 때렸다. “탐욕과 구태의 상징”(송갑석 의원) “문어발 확장”(이동주 의원) “좌시하지 않겠다”(윤 원내대표) 등 수위 높은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강도 높은 국정감사와 관련 입법 추진까지 예고했다.정보기술(IT) 업계는 카카오를 겨냥한 일종의 ‘방지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국회가 구글·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는 데다, 내년 대선을 앞둔 타이밍도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규제 가능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일 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주최한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가 발단이 됐다. 여당 지도부까지 나서 일제히 특정 기업을 성토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민변 소속 서치원 변호사는 ‘아마존 당하다(Amazoned)’라는 단어를 소개하며 자칫 ‘카카오 당하다’ 같은 표현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아마존 당하다’는 글로벌 플랫폼 공룡 아마존이 특정 영역에 진출하면 기존 사업자들이 존폐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 서 변호사는 “카카오는 메시지 시장 점유율 97%에 달하는 카카오톡의 압도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기존 스타트업 영역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카카오톡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는 비판이 만만찮다”며 “과연 ‘카카오 당하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가능성이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카카오가 집중 타깃이 된 것은 덩치를 급격히 키웠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열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집단 기준 118개까지 늘어났다. 최근 대리운전, 스크린 골프 등까지 진출하면서 기존 사업자들 반발에 부딪혔다. 토론회에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이 참석해 카카오를 규탄한 이유다.
여당이 앞장서 칼을 겨누는 대형 악재에 카카오 주가는 급락했다. 8일 종가 기준 전날보다 10.06%나 떨어진 13만8500원을 기록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6조8974억원 증발하면서 카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유가증권시장 시총 4위를 내주고 5위로 주저앉았다.앞으로가 더 문제다. 여당 지도부까지 나서 관련 입법 추진을 시사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카카오를 규제하는 법안이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인앱 결제 의무화를 막은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글로벌 빅테크 규제 신호탄을 쐈다는 국내외 평가를 받았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인 카카오에 대한 규제 입법은 훨씬 쉽지 않겠나. 정치권이 플랫폼 기업에 칼을 빼들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보인다”고 짚었다.
이용자들은 반겼지만 택시업계 반대에 끝내 서비스를 접어야 했던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19년 타다 금지법이 발의됐던 것처럼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칫 유사한 형태의 ‘카카오 금지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최근 사업 확장이 지나치다는 비판에 대해 카카오는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하되 이해당사자들과 적극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회사 측은 “시장에 참여하는 파트너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상생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