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리스크 아닌 기회…선점하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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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회의 라운드테이블“이세돌과 알파고 중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쪽은 어디일까요.”
기관투자가, 1차 평가 요소 ESG
유행처럼 단순히 따라가지 말고
기업에 '내재화' 해야 지속 가능
사내 각 부서간 공감대 형성 중요
유웅환 SK텔레콤 ESG혁신그룹장(부사장)이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ESG 경영포럼 자문회의’에서 던진 질문이다. 정답은 바둑 인공지능(AI)인 알파고다. 그는 “알파고가 데이터 연산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사람보다 수십만 배 많다”며 “디지털 기술의 ‘탄소발자국’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 설득이 ESG 관건”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한 주요 기업 최고경영진 23명은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제각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된 고민을 공유했다. 일부 경영진은 “오늘처럼 다 같이 모이는 것 외에 분과별 모임도 따로 만들어 만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원경 삼성전자 부사장은 “회사에 모바일, 반도체, 가전 등 다양한 사업부문이 있는데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서도 사업부문별로 다양한 생각이 있다”며 “이런 것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쌓아올려 체계적인 전략으로 완성할지가 큰 과제”라고 했다.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소비자, 협력업체 등과 밀도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들의 편익과 ESG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 요구르트에서 빨대를 없애면 엄마들의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빨대 협력업체들의 일감도 줄어든다”며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ESG 요소를 채택하게 할지,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지 그들을 설득하며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도 “ESG를 해보니 가장 어려운 일이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수경 현대모비스 부사장은 “(자동차산업에선) 서플라이체인이 워낙 광범위해 어떻게 협력사들과 ESG 활동을 함께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ESG 내재화해야 지속 가능”
전국 1만5600여 개 CU 점포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이건준 사장은 “이 점포들을 ESG의 전진기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유행이니까 쫓아가는 ESG가 아니라 내재화된 ESG여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행히 가맹점주가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친환경 포장에 대해서 흔쾌히 받아들이는 등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김용섭 효성티앤씨 대표는 폐어망 수거 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어업을 하는 배에서 어망을 다 쓰면 육지로 가져와 불법 매립하거나 바다에 그냥 투기해버린다”며 “전라남도와 폐어망 수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비용 분담 등 사회적인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친환경 경영이 발등의 불인 기업들은 ESG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주문하기도 했다. 고승권 GS칼텍스 지속경영실장(전무)은 “탄소배출 규제는 우리 기업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고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산업구조를 감안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중선 포스코 대표는 “ESG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2차전지 소재와 수소 사업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전통 제조업 입장에선 비용이 올라가고 있어 차근차근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자문회의에 이어 열린 ‘글로벌 ESG 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사진)은 “ESG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기업들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한신/이수빈/구은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