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그룹 'K-수소동맹' 떴다…현대차·SK·포스코가 결성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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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수소산업 생태계의 완결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 늦었지만 못할 것도 없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새 패러다임 창출"…최정우 "철강 제조공정 혁신"
신동빈 "탄소중립 에너지원"…박정원 "그린수소 생산 집중"
김동관·허세홍·정기선 등 차세대 그룹 오너들도 대거 합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펀드를 조성하자.”(최태원 SK그룹 회장)국내 10대 그룹이 주축이 된 ‘수소 드림팀’인 수소기업협의체가 8일 공식 출범했다.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선 각 분야에서 최고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의 ‘동맹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목표는 수소경제 활성화다.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활용 등 각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게 이날 참석한 각 그룹 총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협의체, 각 그룹 총수들이 주도
협의체는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식 명칭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도 이 같은 기조가 담겼다. 협의체 설립도 현대차와 SK, 포스코가 주도해 이뤄졌다.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6월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만나 협의체 설립에 뜻을 모았다. 수소 분야 투자 촉진과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이 주축이 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9월 출범을 목표로 각 그룹에 참여 의사를 타진했고, 15개 그룹 및 기업을 회원사로 확보했다. 협의체 산파 역할을 맡은 정 회장은 “협의체 출범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물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회원사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총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이날 킨텍스에서 개막한 ‘수소모빌리티+쇼’ 전시장도 둘러봤다. SK와 두산, 효성, 현대중공업, 포스코, 코오롱 전시관을 살펴본 뒤 마지막으로 현대차 전시관을 함께 참관했다. 최태원 회장은 “수소산업은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한국의 새로운 산업이 돼 미래 일자리 창출 등 사회 기여,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경제 기여도 가능하다”며 “수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SK그룹도 중추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회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해 철강 제조 공정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젊은 ‘예비 총수’들의 의기투합
이날 비공개로 열린 총회에서 현대차와 SK, 포스코 외 다른 그룹 총수 및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진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04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롯데에 수소는 핵심 에너지원”이라며 “부생수소와 암모니아 인프라를 적극 확대해 수소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두산은 터빈, 드론 등 수소활용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린수소 생산 및 수소 액화플랜트 등 생산 분야에서도 핵심 역량을 확보해 적극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상 효성 부회장은 “수소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미래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수소 생태계의 핵심 멤버로서 연구 발전과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협의체엔 그룹의 차세대 총수로 유력한 젊은 오너 및 CEO들도 대거 합류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최근 실증사업에 들어간 수소혼소 발전 기술은 수소 에너지로의 점진적 변화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GS그룹은 해외자원 개발, 국내외 플랜트 건설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포괄적으로 수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유기적인 수소 밸류체인 구축은 산업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룹 계열사들의 인프라를 토대로 국내 기업과 시너지를 발휘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은 “코오롱은 2000년대 초부터 수소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 소재 개발과 수소경제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수소경제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기술력을 앞세워 수소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